(출소후 돈본철) 외전 7화. 무게 중심

은정과의 저녁 이후, 봉철은 주말마다 조금씩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갔음.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함께 걷거나, 낡은 아파트 앞 벤치에 앉아 라면을 나눠먹는 일들이 반복되었음.
말이 많진 않았지만, 작은 웃음들이 생겼고, 그 웃음은 봉철의 밤을 덜 추운 것으로 만들어주었음.
어느 날, 은정이 불쑥 물었음.
“혹시… 누군가한테 감시당하는 느낌 들어요?”
봉철은 그 말에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고,
은정은 봉투에서 메모장을 꺼내 그의 앞에 펼쳐보였음.
그 안엔 숫자와 시간, 장소가 빼곡히 적혀 있었음.
"내가 언제 어디서 당신을 마주쳤는지 다 적어봤어요. 이상하죠? 자꾸 겹쳐요."
봉철은 잠시 멍해졌음.
그녀의 시선엔 두려움도, 관심도, 책임감도 섞여 있었음.
그는 천천히 말했다 함.
“보호관찰관 쪽에서… 누굴 붙였을 수도 있어요. 가끔 그런다 하더라고요.”
며칠 뒤, 보호관찰소 정기 면담 날.
그는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음.
보호관찰관은 의자에 앉은 채 서류를 훑으며 말했다 함.
“요즘 생활은 어떤가요. 자주 외출하시는 것 같더군요.”
“예. 일은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장도 보고요.”
“…여자 분이랑 같이 다니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봉철은 눈썹을 찌푸렸고,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음.
보호관찰관은 서류를 덮으며 무겁게 한 마디 던졌음.
“아직은 조심하셔야 할 시기입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봉철은 그 순간, 오래 눌러왔던 감정이 튀어나올 뻔했음.
“제가 누구랑 밥을 먹든, 무슨 상관입니까?”
“봉철 씨, 감정 말고 원칙으로 말합시다. 지금 중요한 건 ‘일상 유지’입니다. 감정은 나중입니다.”
순간, 봉철은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으나 손으로 무릎을 눌러 가라앉혔음.
천천히, 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말했음.
“그 사람이 나한텐, 일상입니다. 감정이 아니라.”
면담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음.
밖으로 나오는 길, 그는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음.
눈가엔 피로가 묻어 있었고, 턱 아래엔 말 못한 말들이 고여 있었음.
그날 밤, 은정은 전화로 물었음.
“무슨 일 있었어요?”
봉철은 침대에 기대어 담담히 말했음.
“감시당해도 좋아요. 당신이랑 장보는 건, 내가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거예요.”
은정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었고, 이윽고 조용히 대답했음.
“그럼… 우리 계속 봐요. 그 사람이 지켜보든 말든.”
그 밤, 봉철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하나 피웠음.
불빛도, 연기도 흐릿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기 인생의 중심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음.
다음 화에서는 은정과의 첫 다툼, 또는 작업장에서의 돌발 상황(갈등 또는 사고)를 기억을 떠올려서 집필해보겠음다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