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후 돈본철) 외전 8화. 소리를 낸다는 것

외전 8화. 소리를 낸다는 것
4월 말, 부산의 공기는 갑작스레 더워졌고
작업장 내부는 마치 냉기 없는 증기탕처럼 답답하고 눅눅했음.
분류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사이로 파리 떼가 날아다녔고,
봉철은 자주 무릎을 꿇고 뒤처진 봉투를 정리하며 하루를 버텼음.
그날 저녁, 은정은 전보다 조금 화려한 블라우스를 입고 나타났음.
그녀는 근처 학원 상담 후 들렀다고 했고,
봉철은 흙먼지가 묻은 작업복 그대로 그 앞에 앉았음.
분식집 테이블에 앉자마자 은정이 말했다 함.
“우리… 같이 사는 건 아직 이른 걸까요?”
봉철은 김치전을 젓가락으로 찢다 멈칫했고, 눈을 들지 않은 채 대답했음.
“그건 좀… 아직은.”
은정은 젓가락을 놓고 조용히 말했다 함.
“왜요? 내가 싫어요? 아니면… 감시 때문에?”
봉철은 대답하지 않았음.
침묵은 그녀를 예민하게 만들었고, 드디어 감정이 터졌음.
은정: “내가 당신 인생에 짐이야? 왜 그렇게 조심하는 척하면서, 나만 기다리게 해요?”
봉철: “그런 말 하지 마요.”
은정: “그럼 말을 해요! 도망치는 사람처럼 굴지 말고!”
봉철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음.
그러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음.
“난… 누구 옆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아침에 같이 일어나서, 밥을 차리고,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게 무너졌을 때, 나는 남 탓만 했고… 감옥에 갔어요.”
은정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고,
봉철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을 이었음.
“지금은… 하루가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게 전부예요.
당신한테 기대고 싶어서 나오는 게 아니고,
당신이 있으면 하루가 안 무너지니까 오는 거예요.”
그 말이 끝나자 은정은 고개를 숙였고,
한참 뒤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음.
“알겠어요. 그럼… 나는 계속 옆에서 그냥 서 있을게요.
기대든 말든, 무너지든 말든… 거기만 있으면 돼요.”
그날 밤, 봉철은 처음으로 은정의 집 앞까지 함께 걸었음.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속으로 천천히 읊조렸음.
‘나는 지금도 감옥 밖에서, 감옥 안을 걷고 있다.’
그러나 그 감옥은 이제 쇠창살이 아니라
마음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책임과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벽이었음.
다음 화에서는 봉철의 또 다른 시험(작업장에서의 갈등 혹은 누명을 쓰는 사건) 또는 은정의 아들과의 첫 만남을 중심
여튼 전부 돈봉철의 실화이니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떠오를때마다 단편소설식으로 읖조려 보겠음요늬. 만은 관심과 정독을 부탁드릐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