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후 돈본철) 외전 9화. 두 개의 문

1. 재활용 작업장 – 10:43 A.M.
봉철은 그날도 다른 직원들보다 한 시간 일찍 작업장에 도착했음.
습기 찬 공기를 가르며 고철 더미를 정리하던 중,
뒤편 컨테이너 창고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음.
“야, 이거 누가 건드렸냐! 이거 통째로 사라졌잖아!”
작업반장 최 씨가 손에 클립보드를 들고 화를 내고 있었고,
그는 컨테이너 앞에 선 네 명 중 봉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음.
“아니, 봉철 씨. 이 창고 너밖에 안 들어갔잖아. CCTV도 딱 그 시간밖에 안 잡혀.”
봉철은 입을 열려다 닫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슬그머니 그를 향해 기울기 시작했음.
“내가 훔친 거 아닙니다. 들어간 건 맞지만… 그냥 파렛트 정리하러 간 거였어요.”
최 씨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음.
“어디서 배운 말투야? 아, 그때 배웠지? 구치소에서.”
이 말은 순식간에 작업장 안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음.
그 순간, 그는 주먹을 꽉 쥐었고
발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으나, 겨우 참았음.
잠시 후, 관할 파출소에서 순경 두 명이 도착했고
그는 ‘참고인 조사’라는 명목으로 차에 태워졌음.
정식 조사가 아니었지만, 그의 내면은 다시 차가운 차디찬 벽과
누군가의 명령만 기다리던 구치소나 감옥의 공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기분에 빠졌음
작업장 – 3일 후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었고, 분실된 물품은 다른 직원이 퇴근하며 실수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음.
그러나 아무도 봉철에게 사과하지 않았음.
최 씨는 그저 “오해였지 뭐”라는 말 한마디로 넘겼고,
동료들의 시선은 여전히 묵직하고 조심스러웠음.
퇴근길, 봉철은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말했다 함.
“내가 여기 있는 걸 내가 증명해야 한다.
그게 감옥 바깥 삶이라는 거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은정에게 짧게 메시지를 보냈음.
“아이한테 감자 사줄까? 같이 깎자고 해줘.” (은정은 아들이 있었거든요. 돌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