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외전 1화: 출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돈본철 외전 1화: 출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교도관이 철문 앞에 섰다.
“본철이 나간다.”
아침 6시.
손목시계도, 휴대전화도 없던 감방 생활.
시간을 알려주는 건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뿐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빛이 직선이었다.
출소장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본철은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3년 전 돌아가셨고,
동생은 연락을 끊었고,
그 외엔 더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교도소 담장을 나오자,
3년 전 그가 버렸던 택시들이 여전히 길 위를 달리고 있었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돌아가고 있었다.
주머니엔 출소지원금 54만 원.
전자발찌는 없지만,
자기 몸에 새겨진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돈. 본. 철.
살인미수, 공갈, 특수폭행.
아무리 가명 써도, 수사관은 안다.
이름만 치면 줄줄 나온다.
본철은 부산역 근처 찜질방에서 첫날 밤을 보냈다.
찜질방 담요를 온몸에 감고,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시작은 언제나
돈이 없는 데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