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외전 3화: 첫 월급, 그리고 다시 마주친 그놈

2025년 3월 30일.
본철은 생애 가장 무겁고 가벼운 돈봉투를 받았다.
고작 178만 원.
그런데도 손이 떨렸다.
진짜 일을 하고 번 돈이었다.
봉투를 쥐고 나오는 발걸음이 어색했다.
길을 걷다가 은행에 들어갔다.
통장은 3년 전 해지된 상태였다.
“신분증 있으세요?”
창구 여직원의 말에
본철은 잠시 머뭇거렸다.
신분증.
그 플라스틱 조각 위에는
‘돈본철’이라는 이름 옆에,
작은 감방 안에서 찍힌 증명사진이 있었다.
은행을 나와
서면 지하상가로 걸었다.
서면 지하도엔 여전히 미친 듯이 반짝이는 불빛들과
무표정한 사람들, 그리고 귀청을 때리는 음악이 있었다.
그때였다.
군중 사이로 누군가 스치듯 지나갔다.
상철.그놈이었다.
같은 방에서 지냈던 사기꾼.
그놈은 조서를 바꿔 썼다.
“칼은 본철이가 들고 있었다”
그 한마디로 본철은 6개월을 더 살았다.
지금,
그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자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본철은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곽사장이 말하던 게 떠올랐다.
“형님, 형님한테 진짜 무서운 건 칼이 아니라 전과 더미라예.”
그 말이
가슴 안에서 뱅뱅 돌았다.
본철은 따라가지 않았다.
다만,
지하상가 끝, 붕어빵 노점에 멈춰 섰다.
“세 봉지만 주세요.”
붕어빵 봉투를 들고
혼자 앉을 자리를 찾아 헤매던 중
길가 벽에 적힌 낙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새로 태어나고 싶다.”
그 문장 앞에서
본철은 한참을 서 있었다.
첫 월급은
집세 반달치로 사라졌고,
붕어빵은 식었고,
상철이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날 밤 본철은 처음으로
악몽 없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