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감옥 연대기 외전 — “빨간 벨 눌린 날”

동절기였다.
한겨울 추위가 교도소 벽 틈까지 파고들며, 본철은 웅크린 자세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운동장에서 작업장까지 향하는 짧은 구간조차 이상하게 쾌청해 보였다.
"오늘 특근 끝나고 나 좀 보자, 봉철아."
담당 교도관 최 반장이 낮게 속삭였다.
그의 말투는 평소와 달랐다.
지시라기보단… 제안에 가까운 음성.
본철은 곧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했다.
저녁 점호가 끝난 뒤,
본철은 평소라면 갈 수 없는 ‘작업동 별실’로 불려갔다.
문을 열자, 낯선 향이 먼저 반겼다.
은은한 화장품 냄새.
그리고 거기엔, 말쑥하게 단장한 두 여자가 있었다.
"서울서 내려온다더니, 진짜 왔네?"
최 반장은 웃으며 슬쩍 문을 닫았다.
본철은 눈을 의심했다.
재소자 신분으로 이런 ‘만남’이 가능하다는 건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
‘티켓 끊는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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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공간: 작업동 안 쓰는 물류창고 한켠, 적당히 정리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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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점호 이후부터 야간 순찰 전까지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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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트로트, 담배 연기, 간이 탁자 위 소주병 두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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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옷이 벗겨지기 전, 웃음소리와 수줍은 농담, 마른 몸이 닿는 느낌과 오랜만에 듣는 여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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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본철은 인간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짐
2시간은 길면서도 짧았다.
그 날 이후, 본철은 ‘인생에 남긴 하루’라는 표현이 진짜 있다는 걸 믿게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다음날부터 본철은 누군가의 물건을 대신 옮기고, 작업량이 두 배로 불어났으며,
비누 두 개씩 쓸 수 있는 특혜 대신 밤마다 오는 불청객의 부탁을 감당해야 했다.
그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이날 돈본철 다방 레지 티켓 다방 끊고 개 같이 떡쳤습니데
대신 다음날부터 담배 밀수 일 존 나게 해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