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양헤는 밤 슬픈 돈봉철

양헤는 밤이었다
담장의 그림자가 제 몸을 삼키며
도망치듯 시간을 떨구고 있었다
돈봉철은 웃지 않았다
고요한 살냄새가 벽에 박혀 있었고
불 꺼진 천장의 금이,
마치 그의 이마를 닮아 있었다
양헤는 밤이었다
달빛은 철창을 핥으며 들어오고
누군가 지난밤 울던 소리가
여전히 귓속에 물고 있었다
그는 내일의 이름을 버렸고
오늘의 숫자를 세지 않았다
침묵만이 그와 함께 앉아
식은 국을 천천히 식혀주었다
양헤는 밤이었다
그 밤엔 바람조차 면회 오지 않았고
돈봉철은 문득,
자신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