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건승하는 밤, 적중하는 꿈

건승하는 밤이었다.
달빛이 유리처럼 반사되고
바람 한 줄기 없이
모든 것이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 밤.
그 밤에
누군가는 벽에 선을 긋고,
누군가는 손바닥을 펴
내일의 숫자를 점쳤다.
그리고
한 사람—
그는 눈을 감고 꿈을 떠올렸지.
적중하는 꿈이었다.
그 꿈에선 총알이 아닌 바람이,
재판장이 아닌 할머니가,
쇠창살이 아닌 나무문이 있었네.
꿈속에서 그는 달렸고
달리는 동안
누구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으며,
오직 발뒤꿈치에 붙은 흙만이
진실을 말해주었지.
건승하는 밤엔
패배란 잠시 눈감는 것,
적중하는 꿈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고백이 숨어 있었네.
그는 알고 있었지.
감방 안의 불빛도 언젠가는
자유의 색깔을 품는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이불을 덮으며
입 안에 넣듯
작게 중얼였지.
“건승하자,
적중하자.”
그건 주문이었고,
그리움이었고,
무릎 꿇지 않은 자의
속삭임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