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진짜 갈께예, 낼 만나예

진짜 갈께예—
그 말은 고무신 옆에
살며시 내려앉은 먼지였네.
편지 끝에 삐뚤빼뚤
연필로 눌러 쓴 그 말,
돈본철은 다섯 번을 읽었지.
“낼 만나예.”
그 말은 내일이 정말
올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살처럼 따뜻하게 만들었네.
감방 한 켠,
덜 마른 양말 밑에서
그는 혼자 웃었지.
그 말이 거짓이라 해도
괜찮았다.
그 밤만큼은
진짜 같았으니까.
진짜 갈께예—
그 말엔 한 세상의 약속이 있었고
낼 만나예—
그 말엔 기다림보다 더 큰 용서가 있었네.
아무도 믿지 않는 이곳에서
그는 그 문장을 베개 삼아
눈을 감았고,
꿈속에서도
발소리를 들었지.
가짜가 너무 많았던 삶이었지만
그 편지 한 장만은
진짜였으면 싶었네.
진짜 갈께예.
낼 만나예.
그 말이
그날 밤을 버티게 했고,
다음날을 기다리게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