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돈본철의 코코넨네

어느 날 감옥 담벼락 아래
철창보다 더 단단한 침묵을 끌어안고
돈본철은 혼잣말을 꺼냈다.
“코코넨네…”
누구도 그 말의 뜻을 묻지 않았다.
그건 이름도, 암호도, 기도도 아니었지만
매일 밤 그는 그것을 입에 물고 잠들었다.
코코넨네—
철그릇 위에 흘러내린 라면 국물보다
뜨겁지도 않고
잠자리 위에 떨어진 먼지보다
가볍지도 않은,
어딘가 중간의 무게.
바람 한 줄기도 허락되지 않는 감방 안에서
그 말은 자유처럼 떠다녔고
동료 죄수들은 몰래 따라 하곤 했다.
“코코넨네…”
그 말이 입에 익을수록
쇠창살도 조금씩 녹는 것 같았다.
돈본철은 웃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세상 어딘가에
진짜 코코넨네가 살아 있다는 듯
반짝였다.
그 누구도 끝내 묻지 않았다—
코코넨네가 누구냐고.
왜냐면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코넨네는,
감옥에서 한 번이라도
자기 이름 아닌 말을 불러본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서 건져올린
작은 탈출이었으므로
눈이 감긔네예 내일 만나요 굿나이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