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외전 시리즈 – 호스트바 시절 단편 1화 (삼페인)

제목: "샴페인 뒤에 숨은 웃음"
어둠이 길게 깔린 신촌 뒷골목. 새벽 2시가 넘도록 불빛이 꺼지지 않는 지하 바가 있었다. 이름은 ‘에덴블루’.
비밀과 거래가 샴페인 거품처럼 올라오는, 그곳이 바로 돈본철이 ‘본철이’라는 예명으로 뛰던 호스트바였다.
그날, 본철이는 새로 들여온 ‘루이 13세’ 한 병을 꺼내오라 지시하고선, 손님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엔 잘 나가는 강남 피부과 원장 ‘정실장’과 그녀의 후배 ‘윤선’이 앉아 있었다. 정실장은 서른아홉이었고 윤선은 스물다섯. 본철이는 이미 이 둘을 ‘투트랙’으로 공략 중이었다.
“누나는 와인보다 더 깊은 향이 나는 것 같아. 오래될수록 진한 사람 있잖아. 누나가 그래.”
정실장은 피식 웃었고, 윤선은 입술을 앙 다물었다. 본철이는 눈빛을 윤선에게 돌리며 잽싸게 말을 바꿨다.
“근데, 윤선 씨는 또 다른 느낌이야. 누나는 고급이고, 윤선 씨는… 막 피어나는 장미. 그 향이 강렬해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말은 느끼했지만, 술기운에 분위기는 익어갔다. 샴페인 4병, 위스키 1병, 계산은 정실장 카드로 긁혔다. 그런데 본 게임은 다음날부터 시작이었다.
D+1, 본철이의 2중 플레이 개시
윤선에게는 카톡을 보냈다.
"어제는 누나 때문에 너무 신경 못 써서 미안해요. 솔직히 어제 밤새 윤선 씨 생각만 했어요."
윤선은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언제 밥 한번 사달라’고 답했다. 본철이는 그날 밤, 윤선을 강남의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분위기는 스르르 무르익었고, 자연스레 2차는 호텔 라운지. 본철이는 윤선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솔직히, 난 지금 이 일 그만두고 싶어요. 윤선 씨 같은 사람이랑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근데 빚이 너무 많아요. 여태 부모님 치료비에 다 썼고…”
눈물 한 방울, 진심 반, 연기 반. 윤선은 지갑을 꺼냈다.
“오빠, 내가 도와줄게. 우리 같이 시작하자.”
D+4, 정실장 라운드
정실장에겐 조금 더 세게 갔다.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나, 사실 내가 제일 의지하는 사람은 누나예요. 누나가 있으니까 내가 버텨요. 근데 바에서 일하는 거 이제 한계예요. 진짜, 나 식당 하나만 열 수 있으면 그만둘 거예요.”
정실장은 한숨을 쉬고선 말했다.
“계좌 불러봐. 2천만 원 줄게. 대신 나랑 연락 끊지 마.”
한 달 후, 본철이는 잠적했다.
윤선에게는 “제주도 내려가서 치킨집 차릴 거야”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냈고, 정실장에게는 “누나가 날 사람답게 만들어줬어요. 고마워요.”라는 말과 함께 계좌도, 전화도 모두 닫았다.
돈본철은 다시 부산 서면으로 내려와 ‘용달차’에 올라탔고, 고깃집 야간 알바로 잠시 눈을 피했다. 그렇게 ‘본철이’는 사라지고, 돈본철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