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외전 시리즈 – 호스트바 시절 단편 2화 (동백꽃 샬롱)

제목: “동백꽃 살롱과 거짓 약혼식”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백꽃 살롱’. 40평 남짓한 미용실이지만, 고정 VIP 고객만 200명을 자랑하던 곳이다. 여기엔 오영미 원장, 이십 년 경력의 헤어 디자이너이자, 상처 많은 이혼녀가 있었다. 그녀의 외로움을 첫눈에 파악한 자가 있었으니, 바로 돈본철이었다.
접근 방식은 간단했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이용하는 것.
본철이는 우연을 가장해 살롱에 들어갔다.
“머리 손질 좀 하려고요. 미용실을 한참 찾았는데… 간판에 ‘동백꽃’이라고 써 있어서 그냥 끌렸어요. 이상하죠?”
영미는 대수롭지 않게 손님을 맞았지만, ‘끌렸다’는 말에 미세하게 눈썹이 흔들렸다. 그날 머리를 하며, 본철이는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혹시… 원장님도 이혼하셨어요?”
“네? 그걸 어떻게…”
“그냥요. 저도… 겪어봐서. 말 안 해도 보여요. 애썼던 흔적이.”
그날 이후, 본철이는 매주 같은 시간에 ‘정기 시술’을 받았다. 머리를 맡기며 속내도 맡기듯, 자기 얘기를 쏟아냈다.
“진짜 꿈은, 카페 하나 차려서 음악 틀며 사는 거예요. 아내랑 같이요.”
영미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방기구 카탈로그를 함께 넘기고, 부동산 매물을 같이 보러 다니며 둘은 '약혼한 예비부부'처럼 움직였다.
그러다 본철이가 슬쩍 말을 꺼냈다.
“영미 누나, 나 솔직히 요즘 너무 힘들어요. 계약금 넣으려 했던 건물, 오늘까지 1,000만 원 입금 안 하면 날아가요. 우린 이제 시작도 못 하고 끝나는 거예요…”
영미는 말없이 서랍을 열고 봉투를 꺼냈다.
“내일 돌려줘.”
“그럼요. 내가 누나를 어떻게 속여요.”
약혼 반지와 스몰 웨딩 준비까지
본철이는 헌 반지에 새각을 새겨 ‘맞춤반지’라 속였고, 소형 웨딩홀 계약서도 위조해 보여줬다. 사진작가도, 부케도 ‘지인 찬스’라며 중고나라에서 일당 알바를 섭외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미용실 단골이었던 해운대 경찰서 여청과 소속 여형사가 본철이의 과거를 ‘구글링’하다 수상한 정과 이력을 발견했다.
“그 사람, 이름이 김동철이 아니고 돈본철이던데요? 전과도 많고, 서울에서 사기 전력이, 방화/폭행 전과가 9개에요 별이 9개…”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영미는 본철이와의 약혼식 전날, 미용실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붉어진 눈으로, 본철이를 기다렸다.
본철이는 오지 않았다.
전화는 꺼져 있었고, SNS는 삭제되었다. 약혼식장 예약은 가짜였고, 반지는 가짜 금이었다. 미용실 사무실 한 켠, 그가 남긴 쪽지가 놓여 있었다.
“미안해요. 누나 덕분에, 며칠이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었어요. 그걸로 됐다고 말해주면, 나… 또 어디선가 살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