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외전 시리즈 – 호스트바 시절 단편 3화 (중고나라의 여왕)

제목: “중고나라의 여왕, 은화 씨”
장소는 서면역 근처 한 카페.
본철이는 오늘도 *‘루이비통 진품 클러치, 사용감 없음, 직거래만’이라는 문구로 중고나라에 글을 올렸다. 실상은 가짜였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고급 짝퉁, 소위 ‘레플’이라 불리는 물건. 가격은 65만 원.
“정품 맞죠?”
첫 마디부터 단도직입.
눈앞엔 단정한 검정 원피스를 입은 여성, 은화. 손에는 감별용 루페와 진품 비교 사진이 인쇄된 체크리스트가 들려 있었다.
‘아, 이건 망했다.’
본철이는 순간 들켰다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예상 밖의 미소를 지었다.
“이거, 짝퉁이죠? 근데 잘 만들었어요. 이런 디테일은 쉽지 않은데.”
“...네? 그게...”
“괜찮아요. 전 가끔 짝퉁도 사요. SNS에 올릴 사진 찍을 때만 쓰니까. 대신 하나 묻죠. 이거, 어디서 떠왔어요?”
본철이는 당황한 얼굴로 웃음을 지었다.
“직거래용으로 몇 개 돌리는 사람한테 샀어요. 저도 그쪽으론 조금 알아요.”
“좋아요. 그럼, 하나 제안할게요.”
은화는 중고나라의 여왕이었다.
셀럽급 SNS 팔로워, 브랜드 협찬처럼 보이지만 다 짝퉁, 고급 이미지 메이킹의 달인이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사치의 환상’을 팔고 있었다.
“내가 가짜 명품으로 진짜 명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 취미이자 일이라면, 당신은 그 재료를 만들어낼 사람.”
은화는 본철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내가 연출할게요. 당신은 속여요. 서로 윈윈하자고요.”
‘프로젝트 럭스(LUXE)’ 시작
첫 작업은 SNS 라이브 커머스.
은화는 루이비통 한정판을 소개하며, “지인이 수입대행으로 구해다 준 제품”이라며 실시간 판매를 시작했고, 본철은 ‘창고 담당’으로 백그라운드에서 조작했다.
1주일 만에 1200만 원 수익.
둘은 고급 호텔 뷔페에서 축하 파티를 열었고, 술김에 키스를 나눴다.
그 순간, 본철은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이 여자, 날 꿰뚫고 있다. 그런데도 날 받아준다. 이게 사랑일까, 또 다른 사기일까.’
그러나, 은화는 본철보다 더 고수였다.
어느 날, 본철이 은화를 위해 준비한 진짜 ‘에르메스 클러치’가 사라졌다. 대신, 그의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서 전액 인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명의도용, 사문서 위조. 모든 건 은화가 먼저 치고 빠진 것이었다.
그녀는 단 한 줄의 쪽지를 남겼다.
“본철 씨, 당신이 늘 쓰던 방식으로 내가 당신을 연기해봤어요. 재미있었어요. 이제 그만, 은화 드림.”
본철은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서초동 고시원에 들어가, 잠시 사람 사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다 말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번엔, 진심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