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맞짱 썰 연대기 4화 (광안리에서 맞짱)

제목: “야, 그거 내가 본 거다”
장소: 부산 광안리 인근 24시 편의점
시간: 새벽 2시 53분
상황: 마지막 남은 참치마요 삼각김밥, 두 남자의 선택
그날 돈본철은 배달대행 알바 6건 연속 주행 후였다.
허리는 아프고, 위장은 찢어질 듯 허전했다.
기름값은 올랐고, 보너스는 없었고, 입엔 욕만 맴돌았다.
“이 시간엔 무조건 참치마요다.”
편의점 문이 드르륵 열리고,
그와 동시에 한 남자도 들어왔다.
후드 눌러쓴 청년, 키는 170 후반쯤, 팔에 문신이 흐릿하게 비쳐 보였다.
둘 다 삼각김밥 코너로 직진.
유리칸 안, 마지막 하나.
참치마요.
둘의 시선이 동시에 멈췄고,
본철은 침을 삼켰다.
청년의 손이 먼저 나갔다.
단 한 마디도 없이, 그는 봉지를 들었다.
하지만 본철은 움직이지 않았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 있었다.
“야.”
청년이 고개를 돌렸다.
“그거, 내가 본 거다.”
“봤다고 가져가지는 않았잖아요. 내가 집었잖아.”
“야, 이건 순서가 있는 거야. 순서 없이 살면 짐승이지.”
청년은 웃었다.
“형, 지금 새벽 3시에 삼각김밥 하나 놓고 훈계질이에요?”
그 순간, 본철의 눈이 식었다.
“너, 인생에서 맞은 적 없지?”
“예?”
퍽!
본철의 손등이 먼저 청년의 손등을 쳐냈고,
이어지는 머리박치기. 정확히 이마로 정타.
청년은 “악!”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렸고, 봉지는 바닥에 굴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비명을 질렀다.
“야아아! 싸우지 마세요! CCTV 있어요!”
그러나 싸움은 이미 시작된 뒤였다.
청년도 뒤돌아 달려들었다.
하지만 본철은 허리를 낮췄고,
왼발로 바닥을 미끄러지듯 디뎌 태클을 날렸다.
둘 다 바닥에 넘어졌고, 진열대가 흔들렸다.
즉석밥이 떨어지고, 도시락이 나뒹굴었다.
결국 경찰차가 도착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울 듯한 얼굴로 말했다.
“두 분 다 못 드시게 됐습니다…”
본철은 경찰관 앞에서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씨X, 그걸 왜 자기가 집어. 보는 사람이 있는데.
세상은 질서가 있어야 되는 거 아입니까?”
경찰관은 대꾸 없이 본철을 뒷좌석에 태웠다.
창밖에선 참치마요 하나가 외롭게 바닥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