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맞짱 썰 연대기 7화 (노상 통닭집 맞짱썰)

제목: “의자 건들지 말랬다”
장소: 부산 범일시장 통닭집 골목, 노상 테이블
시간: 밤 9시 17분
상황: 본철, 시장 통닭에 맥주 한 잔 중. 뒷자리 손님의 발이 반복적으로 의자 건드림 → 충돌 발생
그날 본철은 조용히 쉬고 싶었다.
일도 없었고, 사람도 안 만났다.
시장 끝자락, 기름에 튀긴 냄새 퍼지는 노상 통닭집.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뼈 바르고, 캔맥주로 털어 넣는 그 시간.
이게 본철에겐 ‘치유’였다.
“이게 인생이다.”
그런데 등 뒤로 톡.
의자가 살짝 흔들렸다.
처음엔 그냥 넘겼다. 시장 골목이 좁으니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툭.”
세 번째.
“또각.”
본철은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구멍난 런닝셔츠에 반바지 입은 중년 남성.
담배를 피우며, 한쪽 다리를 의자 아래로 쑥 뻗고 있었다.
“형님. 발 좀 거둬주이소.”
본철은 조용히, 예의 있게 말했다.
중년 남성은 힐끔 쳐다보고 말했다.
“시장길 좁은 거 모르나. 뭐 그렇게 예민하노.”
“좁은 건 이해합니다.
근데 계속 의자 건드리면 사람 마음도 좁아지거든예.”
“참... 웃기네. 그깟 발끝 좀 닿았다고.”
그 한 마디에, 본철은 캔맥주를 내려놓았다.
“이제는 발끝이 아니고, 마음끝 건드린 겁니다.”
그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중년 남성이 담배를 비벼 끄며 일어섰다.
“쳐볼 텐가, 젊은 놈이…”
“쳐보라는 말은, 칠 자신 있는 놈이 먼저 꺼내는 법입니다.”
첫타는 플라스틱 의자였다.
본철이 자기 의자를 거칠게 뒤로 밀며
상대의 정강이를 정확히 찍었다.
“쾅!”
상대가 움찔한 순간, 본철은 주먹을 움켜쥐고 정통으로 가슴팍을 밀쳤다.
중년 남성은 뒷걸음질 치며 노점 국수상이 흔들렸다.
그때, 국수 할머니의 외침.
“거, 거 싸우지 마소! 국수 쏟아지면 안 돼예!”
그러나 늦었다.
중년 남성의 팔꿈치가 상을 치고 지나가며
국물이 본철 바지에 튀었다.
그 순간, 본철의 뇌에서 ‘절제’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그는 상대를 바닥으로 밀치고, 위에 올라타고 셔츠를 쥐어찼다.
“다시는, 사람 뒤에서 발 뻗지 마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말없이 참는 놈이다.”
결국 경찰 도착.
시장 사람들은 이불 빨래 흔들며 구경했고,
닭집 사장은 한숨 쉬며 튀긴 닭다리만 물고 있었다.
경찰차에 타기 전, 본철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싸움은 원래 크지 않다.
작은 발끝이, 사람을 뒤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