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

벽시계는 말을 아끼고
창문은 저 혼자 눈을 감았다
아무 말도 없이
우리는 방 안의 공기처럼 멈춰 있었다
먼저 일어나는 쪽이
덜 아픈 거라고 누가 말했지만
우리는 둘 다
아픈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너는 컵에 입을 댔고
나는 그 컵을 보았다
말 대신
남은 물을 끝까지 삼키는 걸 보았다
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
내가 문을 먼저 열든
네가 등을 먼저 돌리든
어차피 바람은
서로의 등 뒤에서 불기 시작했으니까
미련도 없이
그러나 아주 천천히
우리는 각자의 안녕을
묵음으로 발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