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엘지의 무득점을 기원하며

오늘 그대의 방망이는
침묵하라,
잔잔한 바다 위에 던진 돌처럼
물결 하나 일으키지 말라.
득점은 꿈꾸지 마라
이 밤,
삼진은 운명처럼 너를 부를 것이며
병살은 잊지 않고
네 그림자를 밟을 것이다.
출루는 허상이고
득점권은 신기루라,
네 발은 누를 디딜 수 없고
네 심장은 점수를 잊어야 한다.
푸른 외야에 흐르는 바람조차
오늘은 적막을 지킬 테니
그 어떤 함성도
득점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지 못하리라.
엘지여,
오늘 밤은 점수 없이
그저 돌아가라,
빛나는 0의 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