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엘지트윈스의 0의 행진은 이어진다

밤하늘은 조용하고
전광판엔 숫자 하나,
끝없이 반복되는
영, 또 영, 그리고 다시 영.
마운드의 그림자는 길어지고
타선의 침묵은 깊어지며
득점의 신은 등을 돌리고
0이라는 성벽은 높게만 솟는다.
바로 그 순간
삼진이 박수처럼 터지고
잔루는 기록처럼 쌓여간다
희망은 루상에 놓인 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관중은 눈빛을 감추고
해설진은 말수를 줄이며
엘지트윈스의 이름은
오늘도 0으로 노래된다.
이 행진은
고요히, 묵직하게
숫자 하나 없이
그대를 안내하리라.
0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