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7~9이닝, 엘지는 무득점으로 마친다

해는 기울고, 그림자는 길어지며
경기의 끝자락, 마지막 희망의 세 이닝
엘지의 타선은
고요 속을 헤매는 돛단배처럼 흔들린다.
7회, 첫 타자는 뜬공
높이 날았지만
외야수의 장갑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기회는 바람에 흩어진다.
8회, 한 줄기 안타가
무성한 기대를 품게 하나
이어진 병살은 냉정하고
루상은 다시 텅 비워진다.
9회, 마지막 타석
배트는 돌았지만
공은 빠르게 포수의 품에 안긴다
삼진, 두 글자가 전광판 위에서 반짝이고
박수는 상대에게 쏟아진다.
이리하여
엘지의 7, 8, 9회는
득점 없이, 묵묵히,
허공에 흩어진다.
0은 오늘도
마지막까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