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엘지 트윈스는 멍텅구리 무득점 쌍둥이다

헬멧을 눌러쓴 채
생각은 잊고 방망이만 믿는 그들,
오늘도 첫 타석에서
무력하게 돌아선다.
쌍둥이란 이름이 무색하리
한 명이 삼진이면
다른 한 명은 병살로 화답하고
기회는 눈처럼 녹아버린다.
멍하게 뜬 눈
득점은커녕 출루조차 가물가물,
전광판의 숫자만이
그들의 공허를 말해준다.
한 줄기 안타가 나와도
그 다음 타석은 꼭 침묵,
끈기는 없고 연결도 없으니
득점은 남의 이야기일 뿐.
엘지 트윈스여
오늘 그대는
멍텅구리, 무득점,
쌍둥이의 이름으로 기억되리라.
소리 없이 0을 안고
그대의 밤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