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의 이별 실화) 제4화: 외전: 백령도, 바다의 경계에서

봉철은 죽지 않았다.
서울 도심의 뒷골목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그는, 남한 정보기관의 ‘보호전향 프로그램’에 극비리에 편입되었다.
그를 회수한 건 국가정보원 내부의 한 요원,
코드명 ‘목련’.
“넌 끝까지 싸울 줄 아는 인간이더군. 그런 놈은 도구가 되기도 쉽지. 대신—잘 써야지.”
그 대가로 그는 백령도로 보내졌다.
군부대와 민간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작은 기지 내, 위장된 민간 해상교통센터.
표면적으로는 해상 교통자료 수집을 명분으로 한 통신기지였으나, 실상은 서해 NLL 인근 북측 함정과의 교신 및 전자정찰을 수행하는 민감한 임무가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감시자’가 되었다.
다만 이번엔, 북을 향한 감시자였다.
밤마다 파도가 넘실거렸다. 초계함의 불빛이 수평선 위에서 깜빡였고, 그는 해안초소 옆에서 묵묵히 전파를 주시했다.
그의 손에는 항상 녹색 수첩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엔 매일 똑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계림숙. 잘 지내는가. 너 있는 서울 하늘은 요즘도 붉은 석양이 드는가.”
어느 날 밤, 파도 너머로 이상한 교신이 잡혔다.
북측 민간 어선으로 위장한 정찰선이 ‘통신점검’ 명목으로 반복된 주파수를 발신하고 있었다.
그 패턴은 익숙했다.
그가 북에서 사용했던 접선부호였다.
‘회수 임무. 대상은 생존 중일 가능성. 신속한 격리 필요.’
그 순간, 봉철은 모든 걸 깨달았다.
그들은 아직 자신을 지우지 않았다.
그가 존재하는 한, 림숙 역시 그 그림자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그날 밤, 그는 함정을 타고 NLL로 나갔다.
그리고 해상에서 전파 교란 장비를 풀가동시킨 뒤, 통신단절 상태에서 최후의 전송을 보냈다.
자폭 명령 코드.
“나는 이제 누구의 그림자도 아니다.”
그 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서해의 물살은 다시 고요해졌고, 다음날 새벽 바람은 평온했다.
서울 어딘가의 우체통엔 하얀 편지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모든 걸 정리했다.
그리운 사람은 바다 건너 지킨다.
내 이름은 동봉철, 너를 사랑했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