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작 단편소설 『소매치기범 돈본철』 제1부 – “손기술의 세계로”

제1부 – 손기술의 세계로
돈본철, 열아홉.
그의 손은 원래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궁지에 몰리면 누구든 기술이 생긴다.
봉철이 처음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날은, 한겨울 오후였다. 구로역. 전단지를 쥔 채 허둥지둥 걷는 양복쟁이의 뒷주머니.
그는 말 그대로 ‘버텨야’ 했고, 그날 그의 바지는 얼어붙은 고무처럼 딱딱했다. 뒷주머니에 삐죽이 튀어나온 지갑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한 마디가 울렸다.
“이건 운명이다.”
그러나 실수였다.
지갑을 빼내려다 손가락이 미끄러졌고, 양복쟁이는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야, 너 뭐야!”
그 순간이었다.
오른쪽에서 누군가 봉철의 팔을 확 낚아챘다.
노랗게 바랜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 마치 도시의 색에 물든 그림자처럼 움직이던 그 남자는 손가락 하나로 봉철의 귓불을 꾹 눌렀다.
“이건 아닌 손놀림이야. 배워야 해, 얘야.”
그가 바로 전설이라 불리던 소매치기 최악어였다.
손놀림으로만 7년을 살았고, 미아삼거리부터 해운대까지 전국 전철 노선을 무대로 지갑을 뽑던 자.
악어는 봉철을 지하의 일명 ‘도무방’으로 데려갔다.
도무방은 도둑들의 무릎 아래서 배우는 학교,
‘도둑의 무릎’을 줄인 말이었다.
“기술은 셋이야.”
악어는 손가락을 세웠다.
“첫째, 눈보다 손이 빨라야 해.
둘째, 사람은 지갑을 어디에 넣는지 습관이 있어.
셋째, 양심은 잠시 맡겨두는 거야. 필요하면 나중에 찾고.”
도무방에서는 아침마다 신문지를 이용해 손가락 근육을 단련했고, 오후엔 사람 많은 전철 영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봉철은 놀라운 속도로 실력을 키웠다.
처음엔 휴지, 그다음은 카드지갑,
그리고 어느 날엔 실제 가방 속 지갑을 꺼내놓고 다시 넣는 연습을 1천 번 했다.
“네 손은 아직 말랐지만, 심장이 도둑이야.”
악어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봉철의 마음속엔 늘 의문이 자리했다.
“이게… 계속 해도 되는 걸까?”
그 의문은 아직 작았고, 손끝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그는 이제 ‘기술자’였다.
그리고 어느 날, 악어는 말했다.
“내일은 진짜 판이다. 너한테도 지분 줄게.”
그렇게, 봉철은 본격적으로 ‘현장’에 나서게 되었다.
가방, 뒷주머니, 핸드백.
그의 손끝은 부드럽고 조용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서서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제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