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작 단편소설 『소매치기범 돈본철』 제2부 – “악어지갑의 비밀”

서울역 3번 출구, 평일 아침 8시 40분.
출근길 인파는 고요한 폭력이다.
악어는 이 시간대를 ‘도둑의 골든타임’이라 불렀고, 돈본철은 그 골든타임의 중심에 섰다.
“오늘 타깃은 명확하다.”
악어는 속삭였다.
“강서구청 정기거래 날이야. 외환 브로커들이 수금하러 다니는 날이지. 그중 한 명, 보라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들고 다니는 악어지갑. 거기에 오늘 하루치 현금이 다 들어있다. 최소 5천만.”
5천만.
숫자는 봉철의 손을 떨리게 했다.
하지만 악어는 단호했다.
“이건 단건이야. 마지막 한 건. 너만 믿는다.”
도무방에서도 배우지 않았던 진짜 판.
이건 연습이 아니었다.
봉철은 전철을 타기 전, 손에 로션을 바르고 손톱을 깎았다.
손끝은 무기처럼 민감해져야 했으니까.
지하철 1호선 7-3칸.
보라색 코트는 정확히 나타났다.
가방은 루이비통, 지갑은 검은 악어가죽.
왼팔에 끼운 상태로 핸드폰에 집중하는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봉철은 접근했다.
바짝 붙어 손을 뻗는다.
살갗에 닿지 않도록, 그러나 섬세하게 압을 유지하며
지갑을 가방에서 꺼낸다.
성공.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손놀림이었다.
그는 다음 역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내려섰고, 근처 공중화장실로 향했다.
지갑을 열었다.
현금 다발. 5만 원권 수십 장이 층층이.
정확히 5,800만 원.
그 순간, 봉철의 심장이 이단 점프를 했다.
“이 돈이면… 이젠 빠져나올 수 있어.”
하지만,
그날 밤, 도무방은 텅 비어 있었다.
악어는 사라졌고, 연락은 끊겼다.
심지어 경찰 쪽에서 ‘익명의 제보’가 접수되었다는 소문도 들렸다.
봉철은 직감했다.
‘나 혼자 남았구나.’
며칠 후.
봉철은 돈을 들고 망원동 쪽 고시원으로 숨었다.
하지만 돈다발을 바라보는 눈길은 점점 피로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손끝이 떨렸다.
그 손은, 뺏은 것보다 다시 넣고 싶어하는 손이 되어 있었다.
그날 밤, 봉철은 경찰서를 찾았다.
“저… 자수하러 왔습니다.
지갑… 이거, 돌려주고 싶어요.”
경찰은 놀랐다.
지갑도, 돈도 온전히 있었다.
봉철은 묵비권 대신 양심을 택했고,
법원은 그에게 말했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절도는 절도다. 징역 4년.”
봉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이것이었다.
“지갑은 훔쳤지만, 제 손까지는 팔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돈본철은 다시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술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제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