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작 단편소설 『소매치기범 돈본철』 제3부 – “감옥이라는 교실”

서울남부교도소, 수용동 7호실.
돈본철의 수형번호는 4732번이었다.
그는 정식으로 ‘절도죄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쇠창살 뒤로 들어왔다.
처음 맞닥뜨린 것은 냄새였다.
수백 명의 체취, 먼지, 썩은 고무, 곰팡이…
봉철은 입을 틀어막고 싶은 충동을 삼키며 말했다.
“나… 잘못 들어온 거 아닙니까.”
그러나 그 순간, 철창 안에서 한 수형자가 툭 던지듯 말했다.
“소매치기지? 손 깨끗하겠네. 환영한다, 기술자.”
감옥 안에서도 계급은 존재했다.
폭력 전과자, 사기꾼, 도박사, 조직원, 그리고 도둑.
그 중에서도 ‘소매치기’는 묘한 존경을 받았다.
피 흘리지 않고 돈을 챙기며, 들키지 않으면 영웅이 되는 범죄.
봉철은 하루아침에 수용동의 ‘재주꾼’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이미 손을 접었다.
자수를 택한 이상, 기술도 버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야, 기술자. 손기술 좀 보여줘봐.”
“야, 우리 반장 담배 들고 있거든? 그것 좀 슬쩍 해봐. 재미로.”
감방 안에선 봉철의 손을 놀이처럼 요구했다.
기술자에서 광대가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침대 밑에서 혼잣말을 했다.
“나는 이제 그런 거 안 해.”
그럴수록 무시가 시작됐다.
밥을 늦게 받고, 운동장을 나가면 일부러 어깨를 들이받는 수형자들이 생겼다.
봉철은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누군가의 수저를 빼낸 순간—
모두가 웃었다.
“야, 그게 너야! 그게 돈본철이야!”
그 웃음 속에서 봉철은 무릎을 꿇었다.
“내가, 과연… 나를 지킬 수 있을까?”
교도소에서 1년이 지난 어느 날, 봉철은 ‘문해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읽고 쓰는 것을 배우는 수업이었지만, 봉철에게 그것은 손을 쓰지 않고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첫 기회였다.
그는 거기서 자신처럼 살아온 한 사람을 만났다.
이름은 박상묵.
과거에는 전설적인 카드사기꾼이었지만 지금은 ‘글쓰기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네 손은 기술이지만, 네 말은 진실이야.”
상묵은 그렇게 말했다.
“너, 이제는 손이 아니라 문장으로 훔쳐. 사람 마음을.”
그 말에 봉철은 처음으로 웃었다.
기술자는 기술을 버릴 수 없어도, 방향은 바꿀 수 있었다.
그날 밤,
봉철은 일기장을 펴고 이렇게 썼다.
“오늘도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
그게 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감옥이라는 교실에서 봉철은 단 한 줄의 문장을 훔쳤고,
그 문장은 그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려놓고 있었다.
(제4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