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작 단편소설 『소매치기범 돈본철』 제4부 – “마지막 주머니”

출소 당일 아침.
교도관은 수형번호 4732번을 불렀다.
“돈본철, 짐 챙겨. 오늘이 마지막이다.”
봉철은 조용히 일어났다.
두 손에는 겨우 네 개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낡은 샌들 한 켤레, 회색 내복, 책 한 권, 그리고 갈색 노트 한 권.
그 노트에는 수백 개의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나는 매일 훔치지 않는 훈련을 했다.”
“내 손은 이제 침묵의 기술자가 되었다.”
그 문장들은 감옥에서의 날들을 채워주는 유일한 무기였다.
바깥 공기는 낯설 정도로 부드러웠다.
봉철은 서울역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의 앞을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여전히 가방을 허술하게 메고 다니는 이들.
그의 눈은 아직도 그들의 주머니를 먼저 보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건 내 일이 아니야. 이제는 내 과거야.”
하지만 세상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며칠 후,
그는 구직을 위해 청년센터에 들렀고, 면접을 보고, 식당에서 주방보조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 손님 중 하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지갑이 없어졌어!”
봉철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간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너, 뭐야? 너, 전과자지?”
식당 주인이 조용히 그를 불렀다.
봉철은 잠시 입을 다물고 서 있었다.
그 침묵은 변명도, 항변도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아닙니다.”
잠시 뒤,
지갑은 화장실 세면대 위에서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흩어졌고, 사장은 그를 불렀다.
“나는 네 전과보다 지금 너의 눈을 본다.
계속 나와 일해라.”
그날 밤,
봉철은 서울역 고가도로 아래서 노숙자 한 명이 떨어뜨린 봉투를 주웠다.
그 안에는 신문지에 싼 돈 몇 만 원과, 구겨진 병원 처방전이 들어 있었다.
봉철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다,
잠들어 있는 노인의 옆에 봉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이건 내 마지막 주머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손은 주머니를 떠났고,
마침내 그는 '기술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끝]
『소매치기범 돈본철』
그는 손으로 사람의 지갑을 훔쳤지만,
마지막에는 말과 진심으로 사람의 믿음을 훔쳤다.
감옥에서 배운
글 쓰는 기술로 여기저기 시를 쓰고 소설을 써주면서
버는 푼돈으로 국밥을 사먹으면서
저 돈본철은 사실 끼니를 떼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