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철 이중간첩 연대기》 제3부. 심장을 겨누는 자

"이게 마지막 총이다."
박따까리는 작은 검은 가방을 책상 위에 던졌다.
돈봉철은 조심스럽게 지퍼를 열었다.
콜트 M1911.
소음기 장착.
광학 사이트 부착.
탄창 세 개, 정밀 조준 키트까지.
"맘에 드나?"
"완벽하다."
돈봉철은 권총을 들어 올렸다.
반사적으로, 총구를 겨눴다.
200m 떨어진 거리의 빌딩 옥상, 작은 환풍구까지 겨냥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숨결조차 잦아들었다.
"탕."
속삭이듯 방아쇠를 당겼다.
마치 실탄이 발사된 것처럼, 마음속에 정확히 명중하는 소리가 울렸다.
며칠 후, 부산 해운대.
돈봉철은 높은 언덕 위 버려진 건물 옥상에 앉아 있었다.
검은 파카, 모자, 선글라스.
도시를 내려다보며, 군사 통신 시설의 이동 경로를 기록했다.
목표 : 통신차량 이동 경로 파악 및 지휘자 식별.
오후 3시 42분.
회색 SUV 한 대가 기지를 빠져나왔다.
동승자 3명, 운전병, 통신장교, 보좌관.
"3초 후... 커브길 오른편에 들어선다."
돈봉철은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0.5초 단위로 숨을 끊었다.
손가락은 방아쇠를 떠나지 않았다.
갑자기 귀밑 이어폰에 신호음이 들렸다.
-
삐익.
"제3조... 대기하라."
돈봉철은 움직이지 않았다.
국정원이 근처에 있다는 신호였다.
감시 카메라에 찍히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려면,
이제부터는 진짜 실력이었다.
그날 밤, 서면 빌라.
"오늘은 빠졌다. 하지만 다음은 없을 거다."
돈봉철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총을 분해하여 천천히 닦았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을 스쳤다.
심장에 정확히 총알을 꽂을 준비.
다음 기회는 반드시 살아있는 목표를 꿰뚫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