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철 이중간첩 연대기》 제4부. 죽음의 택배

돈봉철은 요즘 유난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최근 들어 남한 정보당국의 감시가 한층 조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령금 1천만 원을 받은 이후 한동안 몸을 사렸으나, 북한 보위부로부터 새 임무를 받자마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임무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었다.
“특수 물품을 전달하라.”
연락책은 ‘택배기사’로 위장해 서면 롯데호텔 근처에서 접선을 요청했다. 돈봉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받아들였다. 언제나처럼 지시에 따르는 것은 그의 숙명이었다.
그날 오후,
서면 거리는 여느 때처럼 번잡했다. 커피 냄새, 사람들 떠드는 소리, 거리를 가득 채운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
돈봉철은 사람들 사이를 스치듯 지나가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
잠시 뒤,
야구모자에 청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호텔 한 구석에 서 있었다. 그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택배입니다.”
돈봉철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손가방을 건네받았다.
손가방은 평범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강력한 C4 폭약과 정밀 타이머 장치가 들어 있었다.
타겟은 미군 군수지원 차량, 경로는 이미 통보받았다.
그날 밤,
돈봉철은 동래구 한적한 골목길에서 무기를 재확인했다.
폭발 장치의 조작법은 간단했으나, 문제는 설치 위치였다.
미군 차량은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고, 불법 침입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완벽해야 한다."
돈봉철은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다음 날 새벽 3시,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돈봉철은 작업에 착수했다.
CCTV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경비 순찰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한 뒤, 그는 재빨리 차량 하부에 폭탄을 부착했다.
시간은 03:47.
타이머는 06:30에 맞춰졌다.
모든 게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돈봉철이 철수하려던 순간,
근처를 순찰하던 민간 경비원이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거기 누구야!"
돈봉철은 잠시 망설였다.
도망치면 의심을 확신시킬 것이었다.
순간, 그는 반사적으로 경비원 쪽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미안합니다, 택배회사 직원인데 차가 잘못 세워져서요.”
그는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경비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쳐다봤다.
긴 침묵.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돈봉철은 식은땀을 흘리며 현장을 빠져나왔다.
폭발은 예정대로 오전 6시 32분,
부산 북구의 한 교차로에서 일어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차량은 사고 직전 주차되어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언론은 이를 ‘정체불명의 폭발사고’로 보도했다.
정부 당국은 발칵 뒤집혔다.
그날 밤,
돈봉철은 다시 연변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任務成功。次はもっと大きな目標だ。”
(임무 성공. 다음은 더 큰 목표다.)
돈봉철은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숨겨진 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