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철 이중간첩 연대기》 제5부. 대형 첩보전의 서막

돈봉철은 연변을 통해 전달받은 새 지령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이전까지의 임무들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나 국지적 타격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임무는 달랐다.
목표는 단 하나,
"대한민국의 국가 기간망을 마비시켜라."
지령은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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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부산항 주요 통신거점을 장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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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수도권 철도 교통망에 혼란을 일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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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목표 달성을 위해 현지 협력조직을 가동할 것.
특히, 부산항은 대한민국 무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돈봉철은 깨달았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남한은 단 하루 만에 마비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움직였다.
서면, 범일, 초량 쪽의 숨겨진 접선처를 돌아다니며 과거에 심어둔 협력자들과 비밀리에 만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부분 과거에 북한 공작원들과 연계되었던 자들이었고, 돈과 신분보장이라는 달콤한 미끼에 걸려든 자들이었다.
"작전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돼야 한다." 돈봉철은 냉정하게 말했다.
"이탈하는 자는 바로 처리한다."
회의는 단 10분 만에 끝났다.
며칠 후,
돈봉철은 부산항 내에 설치된 주요 해상무선 송수신 기지국 중 하나에 침투했다.
그는 야간 순찰 시간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CCTV에 사각지대를 만들기 위해 기지국 전력 배선 중 하나를 미세하게 조작했다.
이 틈을 타 그는, 기지국 메인 서버에 특수 제작한 악성 프로그램을 삽입했다.
프로그램은 이틀 뒤, 명령어를 받아 전송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전송되면 부산항 전역의 항만 통신이 끊기게 되어 있었다.
한편,
서울에서도 협력조직들이 움직였다.
수도권 철도망을 담당하는 한 보조 관리자가 몰래 스위치 하나를 조작했다.
열차 중앙관제 시스템에 가해진 미세한 오류는 시간차를 두고 퍼져나갔다.
서울과 부산,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릴 순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돈봉철은 다시 서면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거리는 평화로웠고,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48시간 후, 이 평화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는 것을.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보위부로부터 온 새로운 메시지였다.
“작전 후, 즉시 제2경로로 이탈하라. 남파조 2팀이 부산항 부근에 잠입 완료. 지원 개시 예정.”
돈봉철은 화면을 천천히 끄고, 가방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총, 현금, 위조 여권, 소형 해킹 장비.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다.
이제, 전면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