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철 이중간첩 연대기》 제7부. 제주해역 잠입과 새로운 임무

새벽 햇살이 퍼질 무렵,
돈봉철은 다대포를 떠난 낡은 고깃배 위에서 먼 바다를 떠돌고 있었다.
연료는 얼마 남지 않았고, 바람은 거칠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제주도.
돈봉철은 연변 보위부로부터 사전에 받은 '비상 탈출 루트'를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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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다대포항 → 제주 해역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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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부 해안선 비밀 접선 포인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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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령 수령 및 재정비
이제,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 시간이었다.
배는 사나운 파도를 버티며 남서쪽으로 흘렀다.
한참을 표류하던 끝에,
그는 마침내 제주 해역 인근에 도달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해상 경계가 극도로 강화되어 있었다.
해경 순찰선이 곳곳을 오가며 의심 선박을 단속하고 있었다.
돈봉철은 엔진을 끄고, 조용히 밤바다를 표류하며 틈을 노렸다.
별빛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암흑 속에서,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렸다.
밤 11시 42분.
순찰선 두 대가 교차하던 순간,
돈봉철은 바닷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작은 방수 가방을 등에 메고, 조용히 해안선을 향해 헤엄쳤다.
찬 바닷물은 살을 에는 듯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30분 후,
그는 제주 북부 작은 몽돌해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검은 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느라 고생했네."
노인은 짧게 말했다.
그는 지역 조력자였다.
수십 년 전부터 남한 사회에 녹아든 '수면조' 중 하나였다.
돈봉철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그를 외진 민가로 안내했다.
방 안에는 간이 샤워기, 드라이 옷가지, 따뜻한 국 한 그릇이 준비되어 있었다.
돈봉철은 얼어붙은 몸을 녹이며, 동시에 노인이 건네준 작은 USB를 손에 쥐었다.
USB 안에는 새로운 임무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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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항 통신망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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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해군기지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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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시 요원 확보 작전 실시
이번 임무는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제주를 거점으로 다시 남한 첩보전을 재개하는 것이었다.
돈봉철은 국을 천천히 들이켰다.
국물 한 모금에,
그의 심장은 다시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제주섬.
평화로운 섬이었지만,
그곳에서도 또 하나의 어둠이 조용히 꿈틀대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