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신 돈본철》 제1화: 죽음의 슈, 초심자의 배팅

밤 10시, 파라다이스 호텔 VIP룸. 금장으로 마감된 출입문이 ‘삐’ 소리와 함께 열리자, 향수 냄새와 칩 마찰음이 교차하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심, 파란 천이 깔린 바카라 테이블. 오늘의 딜러는 ‘레이라’로 불리는 금발의 여성, 카드 컷팅에만 열중 중이다.
돈본철. 흰 와이셔츠에 베이지색 리넨 수트를 걸친 그는, 오래전 감옥에서 갓 출소한 자의 느낌은커녕, 마치 이 테이블의 호스트처럼 당당하게 앉았다.
“슈 시작했나?”
“네, 본철님. 새 슈에요. 8덱 짜리, 프레시하게 잘 섞었습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얇은 담배를 놓고, 천천히 첫 배팅을 꺼냈다. 만 원짜리 10장. 평범한 금액. 그러나 포커페이스 아래, 그의 눈동자는 달랐다.
“뱅커에. 뱅으로 간다.”
옆 테이블의 하이롤러들이 피식 웃었다. 초짜의 첫 배팅이 뱅커? 승률이 높은 줄은 알겠지만, 커미션 5% 먹고 들어가는 뱅커를 첫판부터?
하지만 딜러가 딜을 시작하자, 공기는 바뀌었다. 뱅커: 6, 플레이어: 0.
“뱅커 승, 식스!”
“가볍게 하나 먹고 갑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바로 50만 원을 꺼내 놓았다.
“이건 타이(Tie)로 간다.”
“헛소리! 타이는 9:1이지만 확률은 개미 눈물인데?”
옆자리에서 한 사내가 비웃었지만, 돈본철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딜러 손끝과 카드의 미세한 텐션, 배팅자들의 호흡에 꽂혀 있었다.
카드가 깔렸다. 플레이어: 7, 뱅커: 7.
“타이입니다!”
정적 후, 찢어질 듯한 소리. 스피커에서 흐르던 쇼팽의 녹턴보다 강렬한 박수소리. 450만 원. 한 번의 타이 베팅으로 챙긴 금액이다.
돈본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슈는 타이 슈다. 플랫베팅으로 갈 슈가 아니야. 타이-플레이어-플레이어-뱅커로 흐른다… 흐름을 타야지.”
그의 시선은 이미 테이블 위가 아닌, 사람들의 손 끝, 눈빛, 그리고 칩의 흐름을 보고 있었다. 그는 딜러의 카드 배치 습관까지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었다.
이날 밤, 그는 타이 2번, 플레이어 3연속, 뱅커 1회 적중으로 1,200만 원을 가져갔다. 초짜의 첫판? 아니었다. 그는 이미 5년 전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에서 “동방의 카운팅 괴물”이라 불렸던 전설, ‘도신 돈본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