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2시 45분, R카지노 프라이빗홀

카지노 상층부를 통제하는 남자, 피트보스 '차도훈'이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에 금테 안경. 말보다 눈빛이 먼저 사람을 누르는 타입이었다. 테이블 근처에 있던 몇몇 VIP들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도신 본철씨.”

“피트보스가 직접 내려온 걸 보니, 슈가 잘못 섞였나?”

“아니. 이번 슈, 좀 특별하게 해볼까 해서. 제안 하나 하지.”

도신 돈봉철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웃었다.

“리밋(Limit) 얘기냐?”

“정확히. 플레이어당 테이블 리밋이 5천만이지. 근데, 오늘 여기서 1억 이상 수익 올리면… 리밋 풀어주지. 원하는 만큼 때려도 돼.”

도신 돈본철은 딱 세 번 담배를 빨고, 남은 절반을 끄며 대답했다.

“좋지. 대신 한 판만이라도 조작의 냄새가 나면, 나 이 테이블 엎는다.”

“걱정 마. 난 수익만 보면 돼. 누가 이기든 간에.”

새 슈 개시 – 딜러 교체

딜러가 바뀌었다. ‘케이’라는 이름표를 단 동양계 남자. 카드 셔플 동작이 조금 빠르고, 컷카드를 찌를 때 손목이 가볍게 튄다. 도신은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이 새끼… 스위치 슈인가?”

바카라에서 '스위치 슈'란, 중간에 슈(deck)를 교체하거나, 일부 덱을 미리 설정해두고 원하는 흐름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슈를 말한다. 정식 카지노에선 금기지만, VIP 룸에선 가끔 은밀히 일어난다.

1회전: 뱅커
2회전: 뱅커
3회전: 타이
4회전: 플레이어
5회전: 뱅커

정상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나 도신은 불안한 기류를 감지했다. "이건 ‘살아있는 슈’가 아니다. 패턴이 보이질 않아. 무의미하게 섞였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5000만. 뱅커 간다.”

“승!”

도신의 손에는 1억 가까운 칩이 쌓였다. 피트보스가 흠칫 놀랐다.

“이제부터 진짜 게임 들어간다.”

6회전부터, 이상한 흐름이 시작됐다.

뱅-플-뱅-뱅-플-플-플-뱅-플-타이

“아니야. 이건 인위적인 패턴이다. 플레이어 사이에 타이를 삽입하는 건 프로그래밍된 슈에서 자주 나오는 구조다.”

도신은 피트보스를 바라봤다.
“딜러 손 바꿔. 이건 정상이 아냐.”

“증거라도 있나?”

“눈이다. 내가 보는 게 증거야.”

피트보스는 잠시 침묵한 뒤 손짓했다. 딜러 케이는 물러나고, 레이라가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마지막 회차. 칩 잔액: 9,600만 원

“여기서 4백 채우면 1억. 리밋 해제다.”

피트보스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디에 가시겠습니까, 도신님?”

도신은 칩을 밀었다.
플레이어에 전액. 9,600만 원

딜링 –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카드

플레이어: 4 + 4 = 8
뱅커: 3 + 3 = 6

“플레이어 승! 에잇 포인트!”

테이블이 조용했다. 레이라는 천천히 칩을 밀어줬다.

총 적중 수익: 1억 9,200만 원

피트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리밋 해제다. 이제부터 당신이 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