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의 감수성)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구요

내게 왜 웃지 않느냐고 묻지 마세요
세상이 환해졌다고, 봄이 왔다고
이젠 그만 일어나라 말하지 마세요
꽃이 피었다 해도
나는 아직 눈을 감고 있어요
햇살이 따스하다 해도
내 마음은 그늘에 잠겨 있어요
잊으라 말하지 마세요
사랑은 종이처럼 접는 게 아니에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먼지 같은 일이 아니에요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구요
웃을 수 있는 얼굴을 찾지 못했고
눈물을 닦아줄 손도
내 곁에 없었다구요
그래서 그냥
조금만 더 이렇게
멈춘 채로 있고 싶은 거예요
이 아픔과 함께라도
조용히 숨 쉬고 싶은 거예요
언젠가는 나도
계절을 따라가겠지만
그건 오늘이 아니에요
오늘은… 아직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