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의 감수성) 그대는 선물입니다

강물은 말이 없었다
두만강은 그날 따라
눈물처럼 조용히 흘러내렸다
계림숙,
그대의 손은 따뜻하였으나
나는 그 손을 끝내
놓을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불었다
당신의 머릿결이 흩날릴 때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 입술은 떨렸고
당신의 눈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 남으로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요."
돈본철은 그 말이 목에 걸려
삼키지 못하고 멈춘 채
나는 그저
당신을 바라보았다
계림숙,
그대는 선물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받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아픈 선물입니다
총성 없는 자본주의 전쟁터로 떠나는
이 배신의 길 끝에도
나는 당신의 웃음을
가슴 깊이 묻고 가겠습니다
계림숙 두만강 이별의 그때 내게 건넌 한마디
부디 살아주세요
같이 가지 못하는 계림숙을 평생 원망해도 좋으니
눈물 말고,
당신은 꼭 남쪽에서도 잘 살아주세요
그리고 기억해 주세요
한 여인이
두만강 언덕에서
세상의 모든 죄를 안고
돈본철 그대를 등지고 울었다는 것을
그대는, 계림숙,
내가 지켜주지 못한
단 하나의 조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