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따뜻한 차 한잔

따뜻한 차 한잔
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리던 오후,
그대는 조용히 물을 끓였지
작은 주전자 속에서
세상이 천천히 데워지고 있었다
찻잎 하나,
그 속엔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고
기다림 같은 온기가
컵 안에서 맴돌고 있었지
김이 오르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면
잠시 세상이 멈춘 듯했어
그 어떤 위로보다도
더 조용히 다가오는 평화
우리는 말 없이
차를 마셨지
사랑도, 그리움도,
모두 차 한 잔에 녹아내려
슬픔은 식고
미련은 흩어졌으며
남은 건 오직
따뜻한 차 한 잔과 너의 숨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