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저 사진에 어울리는 제목은

저 사진에 어울리는 제목
웃고 있더라, 사진 속 우리는
햇살처럼 가벼운 그 봄날을
영영 간직할 줄 알았지
하지만 시간은
사진의 뒤편을 찢고 들어와
우리의 마음을 하나씩 지워갔다
이젠 네 이름조차 부를 수 없어
남은 건, 그저 한 장의 이미지
나는 그 앞에 멈춰서
제목을 붙여야 하는데
'그때의 우리'라고 하기엔 너무 멀고
'다시 올 수 없는 날'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프다
그래서 적는다
“그리움은 웃고 있다”
저 사진에 어울리는 제목으로
내 슬픔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