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동봉철 연대기: 제2화. 600원의 전쟁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간판 없는 봉제공장이 3층짜리 빌딩 위로 구겨져 있었다.
창문은 늘 닫혀 있었고, 그 안에서는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동봉철 변호사님 맞으시죠? 우리 시급 좀 계산 좀 해주세요. 뭐가 자꾸 빠지는 것 같아서요…”
낡은 사무실 한 켠, 봉철은 회색 자켓에 볼펜을 귀에 꽂은 채로 봉제공장 여성노동자 7명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녀들의 손은 굳은살로 두터웠고, 서류봉투 속 봉급명세서는 온통 숫자로 얼룩져 있었다.
“시급 9,620원이 맞는데 왜 실제로는 9,020원으로 찍혀요?”
“식대 공제, 복지공제, 봉제노동협회비라는데 우리는 가입한 적 없어요.”
봉철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하루에 4,800원이 사라지고 계십니다. 월 25일 기준, 약 12만 원.”
여자들의 눈이 커졌다.
“우리가 그냥 바보였던 거네요…”
봉철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바보가 아니라 너무 바빴던 거예요. 일하느라 싸울 시간이 없었을 뿐.”
그날 밤, 봉철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직접 공장에 들어갔다.
노동청에 제출할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위장취업’을 한 것이다.
그는 옷감을 자르며, 일당을 ‘분 단위’로 계산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8시간 43분 동안, 실제 임금은 81,400원이 아니라 75,100원.
차액 6,300원. 정확히 600원씩 빠지고 있었다.
며칠 뒤, 법정.
사업주는 말했다.
“노동자들이 그 정도는 감수하는 게 미덕입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왜 그렇게 따지려고 하죠?”
봉철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력한 타임카드 기록표와 급여명세서를 제출했다.
“가족이라면 떼먹지 않았겠죠.
이건 미덕이 아니라, 습관적 착취입니다.”
판사는 피고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회사는 노동시간을 계산했고, 변호인은 시간을 증명했습니다. 법은 계산을 따릅니다.”
판결: 시급 미지급 금액 전액 환수.
그리고 3개월 내 동일 구조의 공제 전면 수정 명령.
법정을 나서며 한 여성노동자가 봉철에게 다가와 봉투를 건넸다.
“작은 돈이지만, 고마워서요. 점심값이라도…”
봉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돈보다 값진 건, 여러분이 다시 웃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오늘도 전 이겼네요. 600원짜리 전쟁에서.”
그날 밤, 봉철은 오랜만에 커피믹스를 마시며 일기를 썼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 그걸 싸우지 않고 가질 수 있다면, 나는 백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