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을 잠금해제 : 1화 지문을 주세요, 사장님

입사 첫날이었다.
동봉철은 회사 1층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발을 멈췄다.
“광대뼈 인식 중입니다… 대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광대뼈를 주세요. 광대뼈를 주세요.”
회사의 정문에 설치된 입구 시스템은 흔한 지문 인식도, 얼굴 인식도 아니었다.
광대뼈 인식기.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그 광대뼈는 오직 사장님의 얼굴에서만 인식이 가능했다.
“아니, 이게 뭐야…”
봉철은 입을 벌린 채 정문을 바라봤다. 정문 옆에는 회사의 슬로건이 반짝이고 있었다.
(주)키박스테크 – 우리는 보안과 함께 웃습니다! ????
그 순간, 뒤에서 나타난 남직원 하나가 속삭였다.
“아, 신입이죠? 저희 회사는 매일 아침 사장님 얼굴을 스캔해야 들어갈 수 있어요.”
“…사장님은 어디 계시는데요?”
“방 안에 계시는데요. 문제는… 스스로 잠그셨습니다.”
사장님은 1인실에서 일하며, 외부와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사장님의 얼굴이 필요한데, 사장님은 아침부터 방 안에 ‘잠금 모드’로 돌입하신 것이다.
게다가 이 잠금 모드란, 단순한 문잠금이 아니었다.
전자락 모드.
사장님의 방은 AI 음성 인식, 맥박 센서, 감정 필터까지 갖춘 최신형 도어락 시스템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AI는 한마디만 반복했다.
“현재 사장님은 번아웃 상태입니다. 사적인 대화는 404번 오류입니다.”
동봉철은 멘붕에 빠진 채, 사무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다 복도 구석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포스트잇이었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물품보관함 37번. 비상용 광대뼈 있음.”
동봉철은 망설임 없이 지하 보관소로 달려갔다.
보관함 37번. 조심스레 열어보니, 작은 반구형의 실리콘 광대뼈 모형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수상한 설명서가 붙어 있었다.
“이 위조 광대뼈를 사용할 경우, 당신은 ‘사장님’의 스타일로 인식됩니다.
단, 댄스를 동반해야 정상 인식됩니다. (버전 2.1 이후 강제됨)”
“…댄스?”
봉철은 체념한 듯 광대뼈 모형을 들고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사장님을 모방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추기 시작했다.
"오빤 강남스타일~"
정문 스캐너가 갑자기 멈췄고, 이내 AI가 말을 이었다.
“위조 광대뼈 감지됨.
인증을 위해, 탑승자의 텐션을 평가합니다.”
봉철은 두 손을 흔들며 완급조절 있는 골반 튕기기를 선보였다.
직원 몇 명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어딘가에서 박수가 터졌다.
AI가 다시 말했다.
“텐션 97점. 환영합니다, 가짜 사장님.”
‘띡’ 소리와 함께 정문이 열렸다.
동봉철은 가짜 사장님의 몸으로 첫 출근을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 사장님 방 앞, 그리고 회의실 의자까지…
회사 전체가 ‘사장님 중심 보안 시스템’으로 짜여 있었던 것이다.
"이 회사… 나 진짜 무슨 테마파크에 들어온 줄…"
동봉철은 눈을 질끈 감았다.
광대뼈 하나로 시작된 잠금의 대모험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