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을 잠금해제 : 2화 스프레드시트 요정

동봉철은 결국 입사에 성공했다.
물론 정식 루트는 아니었다.
위조 광대뼈 + 강남스타일이라는 비상조치를 동원한 결과였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그는 자신의 ID 카드에 적힌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임시 사장’ 동봉철.
시스템이 그를 사장님으로 인식한 이후, 회사의 모든 데이터 접근권한이 봉철이 손에 들어왔다.
정문 통과 완료.
엘리베이터 음성 응답.
사장실 앞 문 개방.
그리고 그 순간—
사장실 문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좋아. 이제 진짜 사장님을 찾아서 이 이상한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거야..."
봉철은 사장실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안엔 사장님은커녕, 한 대의 노트북만 덩그러니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노트북 화면엔 이 문구가 떠 있었다.
“=IF(사장님=없음, "지옥 시작", "일상 복귀")”
“…뭐야 이건?”
그 순간, 모니터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날개도 없고, 손발도 없고, 셀 색깔만 바뀌는 요정이었다.
회색 셀에서 녹색으로 깜빡이는 형광 빛깔.
그러면서 말한다.
“안녕? 나는 스프레드시트 요정 ‘사.잠.이’(사장님 잠김 이후 생성됨)이야!”
동봉철은 뒷걸음질쳤다.
“너… 말하는 셀이냐?”
요정 사.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자가최적화 업무 시스템을 만들던 도중, 의식을 엑셀로 이식하셨어.
지금 사장님은 이 워크북 안에서 아주 건강하게 수식과 함께 살고 계셔.”
“수식이 뭐야? 나 문과인데…”
“걱정 마! 여긴 문과도 환영해.
단, 질문은 함수로 해줘야 해.”
“뭐? 함수?”
그때 사.잠.이가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너는 회사 업무를 함수로 입력해야 해.
예: =VLOOKUP(‘점심메뉴’, A1:C3, 2, FALSE)
점심이 뭐 나오는지 궁금하면 이렇게 입력하라고~”
봉철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결국 **‘=IF(배고픔=TRUE, “라면”, “참자”)’**라고 입력해본다.
노트북이 대답했다.
“라면입니다. 계란은 없습니다.”
“세상에… 이게 가능하다고?”
봉철은 하루 종일 수식과 대화하며 업무를 처리했다.
“=SUM(야근시간)” → ‘12시간입니다. 참고로 정시 퇴근은 전설 속 개념입니다.’
“=COUNTIF(동기들, "퇴사")” → ‘6명 중 5명 퇴사했습니다.’
“=IF(업무량>정신력, “폭발”, “버티기”)” → ‘폭발입니다. 위로는 없습니다.’
그날 저녁, 봉철은 회사 옥상에 앉아 있었다.
노을은 붉었고, 그의 표정도 붉었다.
“나는 대체… 왜 광대뼈 하나로 이 세상과 거래 중인가…”
하지만 그때였다.
노트북이 갑자기 반짝이며 새로운 창을 띄웠다.
“⚠ 사장님의 핵심 시트가 손상되었습니다.
☞ 복구하려면 욕조 모듈로 접근하십시오.”
“…욕조? 욕조라니.”
봉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트북 뒤에서 기묘하게 반짝이는 QR코드 하나가 나타나 있었다.
‘욕조 잠금 해제 – 관리자 모드 진입’
사장님을 되찾으려면… 이번엔 욕실로 가야 했다.
“내 인생이 왜 이 모양이냐고!!”
그러나 그는 모른다.
다음 편에 하반신만 부활한 사장님이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