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7일 금요일 저녁.
강남의 한 허름한 노래방.

형광조명은 깜빡였고, 리모컨은 배터리가 없었으며, 마이크는 왼쪽 스피커만 나오는 기형 구조였다.

“이… 이곳이 정말 부활을 위한 성지입니까…?”

동봉철은 거대한 슬랙스 하반신 AI를 들쳐 메고 4번 방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이미 전 직원이 모여 있었다.

드레스코드도 완벽했다. 모두 2008년식 회사원 복장—
줄무늬 와이셔츠, 넥타이, 다크브라운 정장, 눈물의 싸이월드 감성 머리.

심지어 사무국장은 헬로키티 거치대가 박힌 구형 피처폰을 소지한 채였다.
“나는 진짜 이때 퇴사했다가 돌아왔어.”

“어떻게요?”
“물리적으로. 타임머신 태워줬어.”

회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치킨무는 지나치게 시었고, 맥주는 김이 빠져 있었으며,
상무는 “요즘 신입들은 배가 불렀어~”라는 멘트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부활 의식의 클라이맥스—
사장님의 노래 순서가 돌아왔다.

봉철은 준비한 USB를 리모컨에 꽂았다.

노래 제목: 『보고싶다 (김범수 Ver. 울먹 모드)』

그 순간,
욕조에서 가져온 하반신 AI가 빛을 내며 자동 기립했다.

마이크가 저절로 그의 바지 위에 꽂혔다.

방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사장님의 상반신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양복 자켓, 눈물 그렁한 안경, 쌍꺼풀 없는 눈.
그의 눈앞엔 마이크 하나와 노래방 가사 화면이 있었다.

♫ “그냥 한번 웃지… 그 웃음으로 너를 안고 싶었어…” ♫

사장님의 목소리는 울먹였다.

직원들은 하나둘 눈물을 훔쳤다.
슬랙스는 조용히 댄스모드를 켜고, 박자를 맞추며 좌우로 흔들렸다.

누군가는 외쳤다.
“사장님이 돌아오고 있어요!!”

노래가 끝난 순간.
방 안에 천둥 같은 효과음이 울렸다.

잠금 해제 완료
사장님, 100% 부활

사장님의 홀로그램이 점점 현실화되었다.
실제 질감의 양복, 리얼 피부, 리얼 감정표현.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아십니까.”

모두 숨을 죽였다.

“그냥… 귀찮았어요.

보고서 보기, 메일 확인, 직원들 생일 챙기기…
너무 많더라고요.”

직원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잠금 기능을 만들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버렸어요.
저도 못 나오는 거예요.”

봉철이 손을 들었다.
“이제는요? 다시 돌아오실 건가요?”

사장님은 작게 웃었다.
“이제는… 출근 정도는 할게요.

다만 매주 수요일은 자동잠금 데이로 좀… 부탁드려요.”

그리고 조용히 사장님은 구내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슬랙스 하반신은 뒤따랐다.
하반신은 외쳤다.
“회식에서 살아 돌아온 사장님께 박수를!!”

직원들이 하나둘 박수를 쳤다.
노래방 모니터에 마지막 가사가 떴다.

“사장님… 로그인 완료.”

《사장님을 잠금해제》 완결

• 광대뼈 스캔으로 시작된 입사 전쟁

• 엑셀 요정과의 함수 대결

• 욕조에서 부활한 하반신 AI

• 회식으로 부활한 상반신 사장님

그리고 결국,
출근은 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잠금 상태인 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