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안주가 없슴니다

안주가 없슴니다
술은 찼습니다
잔도, 마음도…
그러나 안주가 없슴니다
오늘 이 밤을 버틸 무언가가.
말없이 앉은 술상 위
마른 오징어 대신
마른 속마음 하나
소금에 찍어 십습니다.
친구는 늦었고
노래방은 닫혔으며
예전 사랑은 전화번호도 바뀌었고
단골집 사장님은 바뀌었습니다.
안주가 없슴니다
그래서 기억을 꺼냅니다
뜨겁던 여름날,
웃음 흘리던 눈가의 그 사람도 함께.
짠맛 없는 술에
짠 추억을 부어 마십니다
홀짝, 홀짝…
속이 타들어가도 따뜻해지는 건 왜일까요.
이 밤,
누군가에게는 고기 굽는 소리겠지만
나에게는 고요한 허기,
그 이름이 바로
안주가 없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