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형아 담탐 가자

형아,
기억나?
우리 옥상 너머
별 보던 밤.
그때 너 말했지,
"저 담 넘으면
진짜 세상 있대."
난 믿었어.
형아가 하니까
뭔가 진짜일 것 같았어.
형아,
이제 나 혼자야.
담 너머 풀숲은 그대로인데
형아는 안 와.
"형아 담탐가자"
내가 말하면
넌 웃으며 손 내밀었지.
그 손,
따뜻했어.
잔잔히 떨리던 손등에
내가 몰래 기대기도 했어.
이제는
혼자 담에 기대어
형아의 발자국을 찾아봐.
없어.
먼지뿐이야.
달빛은 찬데,
네 웃음은 아직 따뜻해.
형아,
한 번만 더
"담탐가자"
말하면,
혹시
돌아올 수는 없니?
그 담 너머
진짜 세상엔
형아 없으면
난 안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