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후 돈본철) 외전 10화. 발각된 오후

5월 중순, 진해의 벚꽃은 이미 져 있었고
잔가지만 남은 가지 사이로 볕이 느릿하게 내려앉던 일요일,
봉철은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은정과 함께 창원 외곽 작은 펜션을 예약하였음.
그는 오래된 운동화와 새로 산 반팔 셔츠를 입었고,
은정은 린넨 원피스에 미소를 얹고 나타났음.
기차역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는
거의 모든 것이 ‘지금’에 집중되어 있었고,
미래에 대한 말은 조심스레 피했고, 과거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음.
펜션은 언덕배기 전원주택을 개조한 작은 숙소였고,
그들은 2층 테라스에 앉아 컵라면과 맥주를 놓고 바람을 마셨음.
그날 밤, 은정이 먼저 다가왔고
봉철은 오래 주저하다가 그 손을 잡았음.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에게 등을 기대었고,
창밖엔 벌레 소리와 간간히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들렸음.
그러나 그 평온함은 이튿날 아침 무너졌음.
5월 12일, 오전 10:17 — 펜션 입구
“엄마!”
봉철은 세탁된 흰 셔츠에 커피를 따르고 있었고,
은정은 화장실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음.
그 순간 들린 한 마디 외침에
봉철은 컵을 든 채 얼어붙었고,
은정의 얼굴은 화장실 문틈으로 보이던 순간 순식간에 창백해졌음.
현관문이 열렸고,
은정의 아들—지민이는 등굣길도 아닌 편한 차림으로, 혼자 택시를 타고 왔다는 듯
“아빠… 아니, 엄마 남자친구 봤다고 했잖아. 근데 진짜야?”
봉철은 입을 떼지도 못했고,
손에 든 커피가 조금씩 테이블을 따라 흘러내렸음.
지민이는 문턱에 서서 그를 노려보듯 바라봤고
은정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급히 뛰어나와 아이를 끌어안았음.
“지민아, 여기 왜 왔어?”
“엄마 폰 GPS 봤어요. 친구가 알려줬어.
근데 진짜 이 아저씨야? 감옥 갔다 온 사람 맞지?”
침묵.
그리고, 침묵.
봉철은 마른 입술을 적시려 했지만
혀끝에서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음.
지민은 등을 돌려 다시 밖으로 나가려 했고,
은정이 그의 팔을 붙잡았음.
그러자 아이가 한 마디 남겼음.
“엄마가 왜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지 이해 안 돼.”
같은 날, 오후 2:40 – 기차 안
돌아오는 기차 안, 은정과 봉철은 나란히 앉았으나
말을 거의 하지 않았음.
기차가 마산역을 지나면서 봉철이 겨우 입을 열었음.
“내가 없는 게 낫겠죠?”
은정은 고개를 저었음.
“아니.
당신은… 여기 있어야 돼요.
아이한테도, 나한테도.
근데... 우릴 설득할 시간이 필요해요.”
봉철은 천천히 창밖을 보았고,
그 안엔 모든 것이 흐르듯 지나가고 있었음.
그는 이제 ‘몰래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하게 되었음.
다음 화에서는 지민이와 봉철의 냉랭한 첫 대면 이후
시간을 들여 조금씩 관계를 좁혀가는 시도,
혹은 보호관찰관에게 발각된 밀회의 여파를 중심으로 작성해드리겠습니다.
전부 실화에요. 슬픈 사랑의 실화 TT 돈본철의 연대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