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의 감옥 실화) 콜라 한캔의 값어치

1편 – 콜라 한 캔의 값
나는 그날 아침도 평소처럼 이른 기상 사이렌에 눈을 떴다. 기상 시간은 6시 30분.
그러나 모든 방은 그 10분 전쯤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 일어났느냐, 누가 늦게 일어났느냐는 곧장 그 방 안에서의 서열을 가른다. 나는 아직 눈치를 보던 시기였기에, 늘 정해진 시간보다 3분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날은 이상하게 복도가 조용했다. 평소라면 맞은편 방에서 “야 시발 또 오늘도 작업이냐”는 짜증 섞인 한숨이 들려야 했지만, 적막했다. 아침 점호를 끝내고, 식판에 미지근한 콩나물국과 계란말이 한 조각을 받아와 무표정한 얼굴로 넘기고 있을 때였다.
내 옆자리의 재소자, 이름은 김동태. 이 안에서는 '쌍꺼풀 김'으로 불린다. 선천적으로 깊은 쌍꺼풀이 있어 그렇다. 눈빛은 항상 반쯤 감겨 있어서 자는 건지 감시 중인 건지 알 수 없다.
그가 조용히 내 팔꿈치를 건드렸다. 그리고 밥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야, 오늘 저녁에 작업 끝나고 목욕탕 가라.”
그 말은 평범한 척 위장된 제안이었다. 목욕탕은 격주로만 돌아가는데, 그 날은 목욕일이 아니었다.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일어나 식판을 들고 식기반으로 향했다. 나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곱십으며 작업장으로 향했다.
작업은 조립반이었다. 수입 가발에 부착할 비닐 포장을 접는 일이었는데, 하루 종일 플라스틱 냄새에 코가 무뎌지는 일과였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저녁 점호가 끝난 뒤, 나는 조심스럽게 목욕탕으로 향했다. 미리 신발을 세탁실에 맡기고, 수건 한 장 품에 넣은 뒤.
목욕탕 문을 열자, 불빛은 어둡고 수증기는 가득했다.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안, 한 구석에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쌍꺼풀 김이었다. 그는 조용히 벽에 기대 있다가, 손에 든 작은 검정 비닐봉지를 내게 건넸다. 안에는 콜라 한 캔이 들어 있었다. 정확히는, 라벨이 살짝 벗겨진 코카콜라였다.
그 순간, 나는 이게 단순한 음료가 아님을 직감했다.
“이거, 어떻게 들어왔냐.”
내 질문에 그는 미소도 짓지 않고 말했다.
“넌 몰라도 돼. 그냥 네가 마시면, 그쪽에서는 오케이 사인으로 받아들여.”
“그쪽?”
“교도관 한 명. 그리고 4방에 있는 ‘마사오’.”
마사오. 전직 경찰 출신인데, 뇌물수수로 들어온 인물이다. 그 방에는 정보가 모인다. 면회 오는 사람들도 많고, 외부 물품도 자주 흘러들어온다. 문제는 그 방이 비공식 ‘운영반’이라는 것. 교도관과 짬짜미가 있는 재소자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콜라를 열지 않았다. 손에 쥔 캔은 차갑고 묵직했다. 금단의 물건을 든다는 건 곧 입장을 정하는 일이었다. 무언의 서약. 나를 보호할 수도, 버릴 수도 있는 세력에게 소속되겠다는 선언.
쌍꺼풀 김이 말했다.
“지금 안 마시면, 넌 혼자다. 마시면, 그쪽에서 한 번은 봐준다. 너 선택해.”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캔을 열었다. “칙—” 하는 소리와 동시에, 스팀과 비눗물 냄새가 가득한 공간에 단내가 퍼졌다. 나는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시 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맛, 개같이 그립네.”
그 순간, 김이 처음으로 웃었다.
다음 날, 내 작업반이 바뀌었다. 조립반에서 식기 세척으로. 말은 바뀐 게 없지만, 그 안의 의미는 달랐다. 식기 세척은 3방과 4방 재소자들이 움직이는 구역이었고, 거기선 단속도, 감시도 덜했다. 자유도가 높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정해졌다. 누구 편인지.
그리고 그날 저녁, 마사오가 나를 한번 쓱 훑고 지나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 말했다.
“넌 이제 우리 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