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외전 시리즈 – 호스트바 시절 단편 5화 (대전 간호사)

제목: “천만 원짜리 눈물, 대전 간호사 사건”
대전 성모병원 근처 원룸촌.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유니폼 차림으로 퇴근하던 간호사 문하영(32세)은 매일 새벽 1시에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샀다. 누구와도 깊이 엮이지 않는 조용한 삶. 그 고요를 깨며 등장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돈본철이었다. 이번엔 ‘심장수술 대기 중’ 환자 역할이었다.
본철의 시작은 ‘약자 코스프레’였다.
“혹시… 이 근처 병원 다니세요? 저… 다음 주에 수술 있는데, 지금 심장이 너무 불규칙하게 뛰어서요. 실례지만 간호사 맞죠?”
문하영은 놀란 얼굴로 본철을 바라보았다.
“지금 통증 있으세요? 제가 알아봐 드릴게요. 응급실 가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돈이 없어요. 응급실도 못 가요. 그동안 민간보험도 다 끊겼고… 솔직히,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본철의 눈은 촉촉했고,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그날 밤, 하영은 그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간호사답게 의료진에게 연락해 적절한 진단을 받아보게 했고, 결과적으로 본철은 ‘심각한 상태는 아님’으로 판정되었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정상이라고요? 또 속이려나 보네요. 서울에서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러다 쓰러졌고요. 아마… 이번엔 마지막이겠죠.”
며칠 후, 본철은 문자를 보냈다.
“누나. 병원비가 1,380만 원이에요. 그중 500은 간신히 빌렸어요. 나머지… 방법이 없어요. 부탁 아니에요.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내가 살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는 걸…”
문하영은 며칠을 고민하다, 퇴직금 중 일부를 해약했다.
“조건 있어요. 꼭 수술 후 회복하고 저한테 인증해요. 그러면… 나도 안 미안할 수 있을 테니까요.”
본철은 고개를 숙였다.
“당신 같은 사람… 내 인생에 없었어요. 진심으로 감사해요. 문 간호사님.”
그는 받은 즉시 사라졌다.
문하영은 며칠 후 연락이 되지 않자 병원 기록을 조회했고, 수술 예약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사기를 직감한 그녀는 경찰서에 들렀다. 담당 형사는 냉정하게 말했다.
“이 남자요? 돈본철. 전국 사기 전과 8범입니다. 병원, 결혼, 중고거래, 심지어 봉사활동단체까지... 지금은 추적 중인데, 자주 신분을 바꿉니다.”
“이번엔… 간호사였군요. 그도 머리가 좋아요. 동정심, 그게 제일 약한 고리거든요.”
문하영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명세서를 꺼냈다.
그가 쥐고 떠난, 1,000만 원 송금 내역서.
눈물이 떨어졌고, 종이에 얼룩이 생겼다.
“그 사람… 고마웠어요. 잠깐이라도 내가 누굴 살리는 것 같았으니까.”
본철은 지금 강릉의 한 민박집에 머물고 있다.
새로 산 중고폰, 새 이름, 새 연기.
그는 다시 자신을 거울로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이번엔 조금만 더 오래, 진심인 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