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본철 맞짱 썰 연대기 2화 (목욕탕 세신소에서 한판 맛쨩)

제목: “이게 A코스 손님용이라고요?”
장소: 부산 동래구, 24시간 대중사우나 ‘백룡탕’
시간: 오후 2시 30분
상황: 본철, 사우나에서 A코스 전용 때수건을 집다가 충돌
그날 본철은 2만 원짜리 사우나 입욕권을 끊고,
세신 없이 순수입욕만 하려고 했다.
몸을 식히고 싶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오후, 백룡탕의 김은 적당히 올라 있었고,
그는 물속에 몸을 담근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오늘은 싸움 말고 땀이나 좀 빼자.”
그러나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때수건 보관대 앞, 그 일이 터졌다.
초록색 A코스 전용 때수건이 접혀 있었다.
본철은 아무 생각 없이 하나를 집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튀어나온 목소리.
“거, 형님. 그건 A코스 손님 전용인데요?”
돌아보니 때밀이 복장.
면도머리에 굵은 팔뚝,
백룡탕 전속 때밀이, ‘백사장’으로 불리는 남자였다.
“그래서?”
“그건 세신 예약한 분들만 쓰시는 겁니다.”
“수건 하나 쓰면 뭐 어쩔 낀데?”
“이런 게 질서지요.
형님은 A코스 아니시잖아요.”
그 한 마디에, 본철의 뇌가 쿡 찔렸다.
‘질서.’
그 단어는 언제나 본철을 건드렸다.
길거리에서, 감방에서, 편의점에서.
지켜야 한다는 그 말은, 늘 위선처럼 들렸다.
“니가 내 질서를 말하나.
니 직업이 사람 몸에 때 미는 거면서, 입은 왜 먼저 놀리노.”
“때 밀 줄 아니면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여긴 내 구역입니다.”
순간, 분위기는 돌처럼 굳었다.
증기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본철은 수건을 내려놓고 맨몸으로 다가갔다.
“그럼, 몸으로 한 번 정리하자.
니 구역이니 니 방식대로.”
백사장은 웃었다.
“오케이. 안 미끄러지게 조심하시고요.”
첫 충돌, 맨살 대 맨살.
본철은 왼쪽 어깨로 밀고 들어갔고,
백사장은 허리를 비틀어 가슴으로 밀어붙였다.
“퍽!”
미끄러운 타일 바닥 위, 둘은 미끄러지며 균형을 잡았다.
본철은 어깨로 밀어 넘어뜨렸고,
백사장은 본철의 복부를 주먹 아닌 ‘때수건 단단히 말아 찍기’로 반격했다.
"퍽! 짝!"
등짝에 맺힌 빨간 자국이 퍼졌고,
증기 사이로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결국, 사우나 관리실에서 뛰쳐나온 직원들이 말렸다.
둘은 샤워기 옆에서 물을 뿌리며 대치했고,
관리자는 소리쳤다.
“때수건 때문에 유혈사태 날 뻔했네, 씨X!”
백사장은 고개를 떨궜다.
본철은 수건을 다시 내려놓고 말했다.
“A코스든 B코스든, 사람이 먼저다.”
그리고, 조용히 락커룸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