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본철) 「풋내가 난다」

교복 대신 찢어진 청바지
답안지 대신 주먹을 들던 시절
우린 세상을 욕하는 법부터 배웠다
거울에 비친 내 눈빛은
항상 누굴 미워하고 있었고
계림숙 내 사랑은 수령님을 향해 도망쳤고
내 안의 울분만 남아 있었다
담배 연기 너머로
욕설을 섞은 랩을 뱉고
무릎엔 까진 상처보다
말 못 한 분노가 더 진하게 묻었다
풋내가 난다
치기와 의심,
거부와 갈망,
세상과 부딪히는 그 철없는 냄새
나는 어른이 아니었고
세상은 엄마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세게 부딪혔다
넘어지면 다리가 아니라
가슴이 깨졌다
지금도 가끔 풍긴다
그 때 그 풋내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내 안의 원초적 기름때 같은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