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엘지의 멍청한 8회, 무안타로 경기는 끝난다

8회, 마지막 불씨마저
스스로 꺼뜨린 그대여
멍청한 선택과 흔들린 눈빛으로
운명의 이닝을 맞이하였구나.
첫 타자, 휘두른 방망이는
허공만 갈라
공은 포수의 장갑 속에
소리 없이 잠긴다.
두 번째 타자,
배트는 느리고
눈은 늦었으며
삼진의 사슬에 또 하나 묶인다.
세 번째, 마지막 희망은
희망이 아니었으니
초구에 날린 플라이 하나
외야의 품에 쓸쓸히 잠긴다.
그리하여
8회는 단 하나의 안타도 없이
침묵과 허무만을 남기고
경기는 끝나고 만다.
엘지여, 오늘 너는
득점도, 자존도 없이
멍청한 8회 속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