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철 이중간첩 연대기》 제2부. 서면의 그림자

"서면... 이곳이구만."
돈봉철은 선글라스를 깊숙이 눌러쓴 채, 부산 서면역 7번 출구 앞에 섰다.
붐비는 인파, 요란한 상가 간판들, 오가는 오토바이들.
적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임무를 수행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계좌 확인하십시오."
공중전화 부스 안, 전화기 너머로 기계음 같은 연변 사투리가 들렸다.
돈봉철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비트코인 환전 지갑. 1천만 원. 입금 완료.
그는 웃었다.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보자."
첫 번째 목표는 단순했다.
주변 탐색, 은신처 확보, 통신망 구축.
서면 뒷골목, 허름한 오피스텔 한 채를 계약했다.
가짜 신분증으로 등록했고, 월세는 현금으로 냈다.
거실 한편엔 오래된 노트북이 놓였다.
암호화 메신저, 위조서류 제작 프로그램, 대북 전용 채널.
모든 준비는 일주일 만에 완료됐다.
"형님, 총기 좀 알아보십니까?"
서면 번화가의 다트바에서, 돈봉철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상대는 지역 조폭 하부 조직원, '박따까리'였다.
"요즘은 말야... 좋은 총 구하기 어렵다 안카나."
"AK 필요 없어. 콤팩트. 소음기 장착 가능해야 돼."
박따까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있긴 한데, 돈이 세."
돈봉철은 천천히 소매를 걷었다.
손목엔 롤렉스가 번쩍였다.
"이걸로 충분하겠지?"
밤이 깊어갔다.
돈봉철은 지령서를 꺼냈다.
3줄짜리였다.
“남조선 해군기지. 경계 교대시간 확보.”
봉철은 창문을 열었다.
습기 섞인 부산 여름밤 공기가 방 안으로 들이쳤다.
"좋아... 시작하자."
그는 뒷주머니에서 조용히 권총을 꺼내 들었다.
서면의 밤거리는 여전히 요란했지만,
그 속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