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신 돈본철》 제5화: 홍콩의 무도회 – 그림 없는 슈, 무(無)의 감각

장소: 홍콩 리츠칼튼 호텔 118층 프라이빗 룸, 일명 ‘무도회장’
도신 돈본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은 순간 조용해졌다. 홍콩 최대 사설 바카라 조직 ‘칠성회’의 초대로 열린 이번 무도회 게임은 일반 게임이 아니었다.
모든 로드맵은 차단. 빅로드, 빅아이보이, 스몰 로드, 퍼펙트 로드 전부 금지. 심지어 과거 결과표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딜러는 천 위에 아무런 표기 없이, 순수하게 카드만을 딜링한다.
이른바 ‘그림 없는 슈’, 도신계의 최종시험. 오직 감각, 공기, 흐름, 그리고 타인의 숨결만으로 배팅을 예측하는 정적의 전장이다.
시작 전, 칠성회 대리 ‘켄 로’가 말했다.
“도신님. 여기선 아무런 계산도 통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감각의 세계죠. 과거의 습관, 시그널, 패턴 전부 버려야 합니다.”
도신은 담담히 대답했다.
“그림 없는 곳이 그림의 본질이지. 그 말인즉슨, 여기선 나만이 보인다는 거다.”
첫 슈, 1회차 – 칩 1000만
도신은 테이블의 전체 기류를 읽기 시작했다. 딜러의 손끝, 배팅하는 사람의 망설임, 칩이 떨어지는 소리의 무게. 모든 것이 ‘정보’였다.
그는 플레이어에 칩을 밀었다.
플레이어: 1000만 원
딜링.
플레이어: 2 + 6 = 8
뱅커: 3 + 4 = 7
“플레이어 승!”
2회차 – 2000만, 역시 플레이어
“두 번은 안 나온다”는 게 대부분의 감각이었다. 그러나 도신은 다르게 읽었다.
“지금 이 딜러의 손등 혈관이 미세하게 늘어났어. 심박수가 상승하고 있다는 뜻. 같은 줄을 다시 뽑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딜링.
플레이어: 9
뱅커: 8
“플레이어 승!”
2연 타점. 도신은 이미 판의 공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5회차 – 정적 속의 반항
이번엔 대부분이 뱅커에 올인.
“이건 뱅 슈야! 이제부터는 뱅이야!” 라는 웅성거림 속에서, 도신만 홀로 조용히 말했다.
“저 테이블에 있던 조니 킴이 방금 왼손을 긁었다. 그 놈 습관이야. 심리적 동요. 흐름이 바뀐다는 증거지.”
도신, 플레이어에 5000만
다른 전원, 뱅커에 베팅
딜링.
플레이어: 4 + 3 = 7
뱅커: 5 + 1 = 6
“플레이어 승!”
7회차 – 도신, 말 없이 칩 1억 밀어 넣다
도신은 말을 잃었다. 침묵이 그의 무기였다.
플레이어에 1억
현장에선 한숨, 경악, 불신이 뒤섞였다. ‘그림도 없이 어떻게 저렇게…?’
딜링.
플레이어: 8
뱅커: 6
“플레이어 승! 에잇 포인트 클리어!”
테이블이 폭발할 듯 술렁였다.
그날 밤, 도신 돈본철은 ‘그림 없는 슈’에서 3억 8천만을 벌어들이며 무도회장 전원을 무너뜨렸다.
켄 로가 무릎을 꿇었다.
“이젠 알겠습니다. 도신님이 그림을 읽는 게 아니라, 그림을 만드는 사람이란 걸.”
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 없는 곳에서 나만 보인다는 말, 이제 이해가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