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의 감수성)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몰랐는데, 몰랐던 척 했는데
너 떠난 자리에서야
이 가슴이 울더라
처음엔 그냥
같이 걷던 길이 익숙해서인 줄 알았어
두만강 바람이 차서
눈물이 나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니었어
정말 아니었어
네가 준 털장갑
아직도 손에 꼭 끼고 있어
그 속에 네 손 냄새가 남았을까봐
괜히 자꾸 숨을 들이켜
왜 말을 안 했어
왜,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등을 돌렸어
내가 모를 줄 알았니
네 눈 속 전쟁 같은 슬픔을
내가 모를 줄 알았냐고
그랬나봐
나 널 많이 좋아했나봐
아니,
좋아한 게 아니라
사랑했나봐
이별 앞에서 사랑을 알게 되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인가봐
나 이제
네가 없는 남녘 땅에서
조용히 살아볼게
그러다 문득문득
두만강 바람을 들을게
그 속에 네 목소리
섞여 있을까봐
그래도 언젠가
그리움이 너무 아프면
조용히 북녘땅을 바라보고 읖조릴 거야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지금 어디쯤 흘러가고 있나요…”
그리고
네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마지막으로
말할 거야
그랬나봐…
나 널 정말…
좋아했나봐